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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우병에는 성역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일본에서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처음 발견돼 일본 열도는 물론 아시아 이웃들에도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금까지 광우병은 영국.프랑스 등 주로 유럽에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알았으나 아시아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님을 경고해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 도쿄(東京)근처 지바(千葉)현에서 발견된 5년생 젖소의 광우병은 현재 양성반응일 뿐 감염 여부가 최종 확인된 게 아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기술검토회의를 열어 영국 수의연구소 등에 정밀 재검사를 의뢰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라 한다.

그러나 일본 열도는 이미 비상이 걸렸다. 식품안전에 민감한 소비자단체에선 정부에 문제 농가의 소사육 과정 등 투명한 정보공개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고, 미국에 이은 두번째 시장이란 영향으로 미 맥도널드사의 주가가 떨어지는 등 파장이 한둘이 아니다.

광우병은 소의 뇌 조직에 스펀지 모양의 구멍이 뚫리는 치명적인 병으로 초식동물인 소에게 양의 내장 등 육식사료를 먹이면 단백질 변종이 생성돼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일본의 광우병 감염 소도 1996년 이전에 영국에서 우육골분(쇠뼈가루) 3백여t을 수입, 이 사료를 먹였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광우병 인자의 잠복기간이 최장 8년인 점을 감안하면 영국산 사료로 발병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본의 광우병 사태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 은 아니라는 점이다. 농림부는 일단 일본 쇠고기의 금수(禁輸)조치 등 발빠른 예방에 나섰으나 지난 봄 동물성 음식물찌꺼기 소동 때처럼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선 불안감만 키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광우병이 1990년대 이후 유럽에서 번져나갔으나 한국은 96년 이후에서야 영국 등 발생국가들로부터의 축산물 수입 금지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해왔을 뿐이다.

여기에 일본에서 식용이긴 하나 올해 쇠족발 등 부산물 3백t을 수입한 바 있다.

광우병은 일단 사회문제화하면 폐해가 충격적이다. 유럽에선 90년대 광우병이 휩쓸면서 축산업과 무역 등 유럽 경제에 큰 피해를 주었고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광우병 우려가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져 '불안의 신드롬' 을 불러와서도 곤란하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축산농가들은 지난해 봄 소 구제역이 발생한 뒤 축산물 수출이 끊겨 타격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막으려면 정부가 투명하게 대책을 수립, 불안감을 씻는 길 뿐이다.

일본만 해도 유럽연합이 광우병 발생위험이 큰 나라로 지정, 실태조사를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

'광우병에는 성역이 없다' 는 유럽위원회의 경고도 귀담아 들어 현재 연간 7백마리 정도인 광우병 감염샘플 조사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축산물 검역체계도 재점검해보고 축산 농민에게 음식물찌꺼기의 사료 이용 방지 등 계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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