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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도 온라인 자율학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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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천인성 기자 중앙일보 모바일24부디렉터(EYE)
천인성 사회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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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원격수업이 아닙니다. 언제까지 아이들을 방치하실 예정이십니까?”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글의 제목이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학교 수업 파행을 지적하며 “공교육이, 학교가, 선생님들이 애들을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엔 ‘진인(塵人) 조은산’ 식의 유머나 위트는 단 한 문장도 없다. 그래도 나흘 만에 2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글쓴이는 현행 원격수업을 영상 링크만 던져주는 ‘온라인 자율학습’이라 불렀다. “화상 프로그램으로 출석도 부르고,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수업’이라 부를 만 할 텐데 자녀의 수업엔 전무하다는 거다. 100% 공감한다. 기자의 초등생 딸도 2학기 개학 후 1교시당 길면 10분, 교사가 골라담은 영상을 보면 끝나는 ‘자율학습’만 반복하고 있다. 지금껏 교사의 얼굴을 본 적도, 음성을 들은 적도, 피드백을 받은 적도 없다. 그래서 “하루 1시간이라도 (학생의) 눈을 마주치고 이름 한번 불러달라”는 청원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방 안에 갇혀 있는 애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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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은 “1학기는 (갑작스러워) 그랬다 치자. 2학기가 됐는데도 똑같다”고 분통 터뜨렸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지난 학기엔 준비가 부족했다. 네트워크는 종종 ‘먹통’이 됐고, 학생이 쓸 디지털 기기도 부족했다. 하지만 이젠 해결됐다. 교육부의 설명대로라면 교사 연수도 꽤 했다.

그런데 왜 쌍방향 수업은 여전히 극소수의 ‘우수 사례’만 있을까. 청원은 공교육의 현실도 꼬집었다. “사립초 학생은 매일 라이브 수업에, 과제 피드백도 받고”“학원은 화상 프로그램으로 지장 없이 수업하는데” 왜 공립에선 안 되냐는 거다.

짐작건대 청원인은 이미 답을 찾은 듯했다. 그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일과가 궁금하다”며 교사를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우리 반 애들의 건강은 궁금하지 않으신지”“얼마나 바쁜 일과와 학교 일을 병행하기에 아무런 피드백이 없는지”가 궁금하다는 거다. ‘불경죄’에 걸릴까 차마 못 물었던 부모들을 대신하는 듯했다. 기자와 대화했던 대학·학원 관계자들은 쌍방향 수업의 성공 요건으로 인프라·기자재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가르치는 자들의 열정과 노력을 언급했다.

청원 동의가 20만을 넘기면 청와대는 어떤 답변을 할까. 청원인의 걱정대로 “철저하고 꼼꼼하게 노력하겠다”는 알맹이 없는 답변을 내놓을까. 아니면 공립학교의 원격수업을 바로 세우는 진지한 노력을 시작할까. 기자도 오늘 ‘청원 동의’를 클릭했다.

천인성 사회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