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뚫려야 말문도 트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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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정복자로 추앙받는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학문에도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를 스승으로 모시고 윤리학, 철학, 문학, 정치학, 과학, 의학 등을 배웠고, 메네쿰스라는 스승에게 기학학을 배웠다. 그는 기하학이 어렵고 이해가 잘 되지 않자 좀더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때 메네쿰스는 "대왕님은 전용 도로가 있어 누구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실 수 있습니다만 기하학을 배우는 길에는 오직 한 길밖에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나왔다.

왕도가 없는 학문이 비단 기하학뿐일까. 어린이들이 영어를 배우고 익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조기 영어교육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오늘날, 많은 부모가 알렉산더 대왕과 같이 자녀가 영어를 누구보다 빨리 배워 유창하게 말하고 읽고 쓸 수 없겠느냐고 묻는다. 이러한 부모들의 바람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대단한 왕도라도 있는 것처럼 선전해 학부모를 현혹시키는 곳이 많다.

어린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 듣는 훈련은 기본이다. 의사 소통을 위한 언어 습득으로서 영어를 익히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듣기 경험과 훈련이 쌓여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모든 학습이 시작이기 때문이다. 듣는 훈련은 청각적 변별력을 기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지각적 해석과 감상적 듣기, 맥락의 판단 능력 기르기 등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수 많은 언어 중 한국어와 영어, 그 외 다른 언어를 변별해 내는 능력은 오랜 시간 꾸준히 듣는 훈련을 통해 길러지게 된다.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무엇을 뜻하고 요구하는지 판단하는 지각적 해석 능력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실생활의 언어와 맞부딪치면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적 듣기 훈련이 쌓여야 하는 것이다. 노래나 음악, 자연의 소리 등을 듣는 감상적 듣기 훈련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런 경험과 훈련이 쌓인 후 점차 긴 이야기를 듣고도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쌓이는 것이다.

지각적 해석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실제적 언어생활을 풍부하게 경험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영어로 다양한 활동을 직접 하며 교사의 지시와 요구에 대해 반응하면서 영어의 실제적 표현과 의미를 체득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빠르고 쉽게 익힐 수 있는 듣기 훈련이다.

감상적 듣기 훈련도 영어 학습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감상적 듣기 훈련이 되지 않으면 감성이 풍부해지지 못하고 창의성 또한 길러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원에서는 스토리 북을 토대로 그 이야기의 분위기와 감성을 담은 영어 노래들을 직접 창작해 가르치는 영어 음악 교육을 중시하고 있다. 또 직접 아이들끼리 연극으로 표현하는 드라마 훈련도 영어를 실제적 언어소통의 수단으로 익히는 유용한 수단이다.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이야기도 잘하게 된다. 그런데 급속하게 진행되는 핵 가족화 현상과 텔레비전, 인터넷 매체 등의 범람으로 인간관계에서 의사소통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또한 학원 등의 일방적 학습에 익숙해지면서 아이들이 점차 자기 중심적 언어 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풍부하고 다양한 듣기 훈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빨리 읽고 쓰는 훈련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어린이 영어 교육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 이기엽(워릭영어학원 대표원장)

사진.자료제공: 워릭영어학원 www.worwick.com 02-539-5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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