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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사 오남용으로 간염 확산

중앙일보

입력

중국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마구 주사를 놓아주고, 제대로 살균처리되지 않은 주사기를 다시 사용해 간염과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중국의 의사와 환자들, 모두 주사를 너무 좋아해 이제 주사가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병을 퍼뜨리는 매개체가 되고 있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농촌의 의사들은 종종 주사기와 바늘을 제대로 살균처리하지 않은 채 재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혈액을 통해 간염과 에이즈 같은 병에 감염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현재 중국인중 약 60%가 B형 간염을 앓고 있으며, 약 1억5천만명의 중국인이 간질환과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갖가지 만성 간염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B형 간염환자는 1% 밖에 안된다.

대(對) 중국 유엔 공동체 평가단은 지난 99년 "중국내 B형 간염환자의 높은 비중은 어린 시절 흔히 걸리는 감기 같은 질환에 안전하지 못한 주사를 함부로 주입한것과 매우 관계가 깊다"고 말했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정식 의학수업을 받지 않은 의사들이 많은 데다 이들이 과외 수입을 벌기 위해 주사를 오.남용하는 사례가 매우 빈번하다. 게다가 의사와 환자, 모두 주사가 좋은 치료법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국제아동기금(유니세프)과 중국 위생부가 농촌지역 40곳에서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린이들의 47-65%가 감기 치료를 위해 주사를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 어린이들은 보통 1년에 6회 이상 주사를 맞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사를 많이 맞은 어린이들은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웬만한 항생제는 듣지않을 뿐더러 질병 감염을 막기 위한 면역체계도 약해진다.

더 심각한 것은 의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주사기와 주사바늘을 살균처리하지 않은 채 다시 사용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이 심각한 질병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국 의학저널 역학에 실린 99년 12월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지역 의사중 56%가 주사기에서 혈흔이 눈에 띌 경우에만 주사기를 폐기하고 새 주사기를 쓴다고 말했다.

중국 위생부는 병원과 의료진에게 1회용 주사기를 사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때로는 1회용 주사기마저 세척과정을 거쳐 암시장에서 다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보건전문가는 "주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간염에 걸렸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지만, 이제 새로운 걱정은 에이즈의 확산"이라고 우려했다.(뉴욕=연합뉴스) 엄남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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