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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도 집값 15억, 실수요자 울린 ‘천도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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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 달 사이 1억원 올랐어요. 금강이 한눈에 보이는 (전용) 109㎡는 15억원에 나옵니다.”

아파트값 한달도 안 돼 1억 올라 #집 사려고 해도 매물 사라져 낙담 #“특별분양 공무원만 수억 이익 챙겨”

세종시 보람동 호려울마을 10단지 중흥S클래스 인근 공인중개사 얘기다. 그는 “집값이 오르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물건도 거의 없다”고 했다.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면적 109㎡가 지난달 3일 1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투기과열지구인 세종시에서 처음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는 15억 초과 아파트가 등장했다. 지난해 말 매매가격(11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8개월 만에 37%(4억2000만원) 오른 셈이다.

세종시 집값에 불을 붙인 것은 정치권에서 띄운 ‘행정수도 이전’ 이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세종시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달보다 6.4% 올랐다. 상승률로는 전국 1위다. 같은 기간 서울 집값 상승 폭(1.5%)의 4배 이상이다. 아파트값은 더 올랐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7.8% 상승했고,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3%나 급등했다.

정치권이 쏘아 올린 ‘천도론’ 발(發) 집값 급등에 피해를 보는 곳은 실수요자다. 세종시에 사는 40대 주부 신모씨는 “집을 사려고 석 달 전부터 아름동 일대 아파트를 알아보는데 집값이 갑작스럽게 급등하면서 의욕이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펴고 있어, 곧 집값이 안정될 줄 알았지만 최근까지 한 달도 안 돼 1억씩 오르더니 이젠 매물마저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세종시 집값이 뛰면서 시세보다 낮게 특별공급 분양을 받은 일부 공무원이 수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세종시는 10년 전부터 분양 아파트 물량의 절반가량을 세종시로 옮겨온 정부 부처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등에게 배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세종시 집값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6·17대책으로 주변 대전시와 충북 청주가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되면서 행정수도 이슈를 품은 세종시로 자금이 더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하반기 5000여 세대 공급 물량이 예정된 만큼 신규 단지나 조망이 좋은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차별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1~8월까지 세종시 아파트 거래량은 6492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량(5802건)을 넘어섰다”며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긴 하지만 대기수요가 많아서 집값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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