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은 아이들에 훌륭한 체험 학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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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과 주방은 아이들의 호기심 세상이다.

싱크대 속 냄비 뚜껑 두 개가 모이면 심벌즈가 되고, 젓가락 두 짝은 드럼채가 된다. 밥솥을 엎어놓고 두드리면 원시인 놀이를 할 수 있다. 소꿉 놀이도 주방에서 한다면 완벽한 엄마 흉내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방은 아이들에겐 '접근 금지 구역' . 뜨거운 불, 날카로운 칼, 깨지기 쉬운 그릇 등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신상혜(39)주부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두 아이 윤진(13).윤재(5)에게 '부엌 개방' 조치를 취했다. 물론 감시 또는 보호 개념이 깔린 '부분 개방' 이다. 신씨는 "주방엔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며 "요리를 만들 때 아이들을 주방으로 불러들인다면 훌륭한 체험 학습장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무나 당근을 깍뚝 썰기나 반달 썰기를 하며 도형 공부를 하고, 소금에 절인 오이를 보며 삼투압 공부를 하는 식이다. 여기에 장보기를 곁들이면 산수.자연 공부가 저절로 된다는 것.

"주먹밥도 아이들 손에선 야구공.럭비공이 만들어집니다. 밀가루 반죽으로 쿠키를 만들어도 특이한 형상의 공룡이 등장하지요. " 신씨의 설명이다.

신씨가 지난 7일 윤진.윤재와 함께 주방에서 만든 요리는 '감자샐러드' . 윤재의 손을 거친 감자샐러드는 고슴도치 모형으로 변했다. 고슴도치 모형 중 가장 큰 것엔 누나 윤진이가 당근으로 수염을 달아 붙여 아빠 고슴도치를 만드는 재치를 보였다.

신씨는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몫을 나눠주고, 노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며 "달걀 몇 개로 주방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내버려 두는 엄마의 인내심도 필요하다" 고 덧붙였다.

유지상 기자

◇ 고슴도치 감자샐러드 만들기

재료〓감자 5개, 양파 반개, 맛살 3줄, 오이 반개, 당근 1/4개, 상추 8장, 마요네즈 10큰술, 건포도.브로컬리 적당량, 백후추.소금 약간씩

만드는 법〓①감자 껍질을 벗겨 삶은 뒤 곱게 으깬다.
②양파는 곱게 다져 찬물에 담가 매운 맛을 뺀다
③맛살은 결을 따라 곱게 찢어 작게 자른다.
④으깬 감자에 소금.마요네즈.다진 양파.맛살.백후추를 넣어 섞어 고슴도치 모양을 만든다.
⑤오이는 굵은 소금으로 문질러 씻은 뒤 반으로 갈라 어슷썰기해 고슴도치 돌기를 만든다.
⑥당근은 3㎝로 채썰어 고슴도치 수염을 만든다.
⑦고슴도치 눈은 건포도로, 입은 데친 브로컬리로 만들어 상추를 깐 접시 위에 올려 완성한다.

주의사항〓칼을 사용하거나 재료를 데칠 때는 엄마가 대신 해주거나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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