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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파트에 사무실 차리고 트럼프 행사 따낸 탁현민 측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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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측근이 설립한 공연기획사 ‘노바운더리’가 현 정부 출범 이후 모두 30건의 정부·지자체 행사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절반 이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행사였다. 또한 노바운더리는 개인 아파트를 소재지로 삼아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상태에서도 청와대 행사 등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서범수 의원실 조사로 확인 #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이 첫 사업 #작년 매출 20억…특혜 수주 의혹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앞서 탁현민 당시 행정관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앞서 탁현민 당시 행정관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서범수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30일 정부 부처ㆍ지자체와 공공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노바운더리는 2017년 8월부터 30건의 정부 관련 행사를 진행했다. 이 중 16건이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행사였다. 특히 최소 19건은 수의계약 형태로 사업을 따냈다.

노바운더리는 ‘탁현민 프로덕션’의 조연출 출신인 이모(35)씨가 설립했다. 2016년 10월 개인 사업자로 등록해 영업을 시작했고, 2018년 3월 법인 사업자로 등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탁 비서관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발탁되면서 노바운더리는 정부 사업을 수주하기 시작했다.

노바운더리는 2017년 8월 17일 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맡아 처음으로 정부 행사를 진행했다. 또 2017년 8월 20일 건군 이래 처음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합참의장 이·취임식 행사를 국방부가 노바운더리가 맡긴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같은 날 오후에는 역시 문 대통령이 참석한 취임 100일 기념 대국민보고대회를 노바운더리가 맡아 진행했다. 한 업체에 하루 2건의 대통령 참석행사를 맡긴 것이다. 그 당시에 노바운더리는 별도 사무실도 없이 이씨 남편 명의의 아파트를 사업장 소재지로 신고했을 정도로 영세업체였다. ‘아파트 사무실’에서 따낸 정부·청와대 행사가 8건이나 된다.

그 외에도 외교부는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공연에 이어 2018년 4월 터키 대통령, 2018년 9월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 때도 노바운더리에 행사 진행을 맡겼다. 노바운더리는 이처럼 정부 행사들을 수주하며 2018년 9억5600만원, 2019년엔 2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서범수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5월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서범수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5월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서 의원은 “국방부 등 사업을 발주한 곳에선 노바운더리가 역량이 검증돼 사업을 맡겼다고 하는데, 법인 등록도 하지 않고 그냥 개인 아파트를 사업소재지로 등록한 회사인데다 문재인 정부 전에는 매출도 거의 없어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않는 설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 방한 같은 중요한 의전 행사를 개인 아파트에 주소지를 둔 사업자에게 어떻게 믿고 맡기나. 정부기관 계약 담당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일반 공무원이 현장 확인도 없이 그런 회사와 수의계약을 했다면 틀림없이 징계감’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며 “명백한 특혜이며 감사원 감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 참석한 탁현민 의전비서관(왼쪽)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 참석한 탁현민 의전비서관(왼쪽)의 모습. [연합뉴스]

서 의원실에 따르면, 취임 100일 기념 대국민보고대회를 주관한 행안부는 2017년 ‘문재인 북콘서트’와 2016년 ‘MAMF다문화축제’, ‘스타트업콘서트’ 등의 이력을 참고해 노바운더리와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 의원실 측은 “다문화축제를 주관한 곳에선 노바운더리에 발주한 건이 없다고 답했고, 스타트업 콘서트의 경우에도 행사 진행 업체 명단에 노바운더리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보안이 필요한 긴급행사의 경우 상당한 기일이 소요되는 ‘공모’형식을 밟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며, 계약의 조건ㆍ내용ㆍ금액은 모두 부처의 실무업무”라며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은 해당 기획사가 정부 부처의 행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다시 밝힌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 사업자뿐 아니라 개인도 능력만 검증되면 얼마든지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빠듯한 시간 안에 행사를 추진하려면 의전비서관실의 기획의도를 잘 이해하고, 행사 성격에 맞는 연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획사나 기획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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