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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에 대한 小考

중앙일보

입력

삶을 살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한꺼번에 일컬어 衣食住라고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衣食排住라고 하는게 더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어찌 먹는 것만 중요하고 싸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요즘 새로 만드는 신형 아파트들을 보면 排泄을 위한 공간을 공간이 허락하는 대로 여러 곳 그것도 아주 안락하게 만드는 경향들이 있는데, 아직은 말로는 못하더라도 排泄이 정당한 대우를 받게되는 것같아 배설을 하는 장기를 치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흐믓하기도 하다.

배설하는 쾌감이란 것은 배설을 잘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진료실을 지키다보면 어찌나 많은 사람이 이 즐거움을 느끼기는커녕 배설 때문에 겪는 고통을 호소하는지...

어떤 젊은 여자 분은 변비 때문에 와서는 변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기도 싫다고 하면서 제풀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마치 맺힌 한을 풀 듯이 30분 이상을 배변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서양 사람들이 써놓은 교과서를 보면 변비는 일주일에 몇 번 이하, 하루에 보는 변의 양이 몇 그램 이하 등의 세부적인 증세가 어느 기간 이상 있으면 변비라고 한다는 정의가 있지만 우리 나라의 실정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대변을 보는 것은 문화적인 배경과 개인적인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로 임상에서 교과서의 내용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오랜 기간동안 변비 환자들을 보면서 느끼게 된 것은 실제로는 문제가 없지만 고정관념에 의해 자신에게 변비가 있다고 느끼는 경우(매일 변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변을 보고 나서는 100% 개운해야한다.)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하고, 변비의 기준에 합당치 않아도 변을 볼 때, 보고 난 후에 신체적인 불편함이 있을 때 가능하면 자연스런 방법으로 치료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변비의 정의를 내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부적인 사항은 변을 보는 횟수, 변의 양, 변의 단단한 정도, 변을 보고 시원한지 여부 등인데, 한 사람에게서 여러 가지 증상이 다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씩만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마다 변비의 증상이 조금씩 다르고 이는 변비의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는 반증이다.

원인이 다양하다면 치료법도 당연히 다양해야 하지만 우리 나라 변비 환자들의 90%이상의 치료법은 동일하다. 바로 “변비약”인 것이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약의 브랜드명은 아주 다양한 것 같지만 이들 약들의 공통점은 처음 복용할 때 배가 아프다가 설사를 하는 것이다. 대장을 지나치게 자극하여 강제로 변을 배출시키는 “자극성 하제” 인 것이다.

이런 자극성 하제는 복용 초기에는 아주 만족한 배변을 하게 해주지만 장기적으로 복용할 때에는 대장의 운동을 저하시키거나 마비시켜 더 심한 변비를 일으키고 이런 변비는 치료에 잘 반응하지도 않는다.

이런 후유증을 잘 알고 있는 환자들은 이런 부작용을 피해보려고 동규자차나 변비에 좋다는 정체불명의 중국차을 복용하기도 한다. 한 때 동규자차는 화장품 가게에서도 팔 정도로 유행했으나 성분분석결과 자극성 하제의 성분인“센나”라는 물질이 검출되어 그 판매가 규제되었었다.

변비를 치료하는데 있어 규칙적이고도 충분한 식사와 충분한 식이섬유의 섭취라는 기본을 지키지 않고 간편한 방법만을 찾는 것은 당장의 효과는 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난치성 변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더 알려져서 늦은 치료 때문에 안타까워하는 상황을 덜 겪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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