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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서 애인과 가출한 10대 딸 '명예살인' 아버지에 징역 9년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월 남자친구와 가출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살해된 14세 이란 소녀. 연합뉴스

지난 5월 남자친구와 가출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살해된 14세 이란 소녀. 연합뉴스

이란에서 남자친구와 가출했다는 이유로 10대 딸을 살해한 아버지에게 법원이 징역 9년을 선고했다고 이란 현지 언론들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5월 이란 북부 길란주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아버지가 자녀를 소유물처럼 여기는 이슬람권의 보수적 관습과 관련한 논쟁을 불렀다.

이 아버지는 14세 딸이 같은 동네에 사는 30세 남성과 결혼하려 하자 이를 반대했다. 딸은 남자친구와 가출해버렸고 아버지는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커플은 닷새 만에 경찰에 붙잡혀 집에 돌아왔고 아버지는 딸이 잠든 사이 흉기로 살해했다.

이슬람 율법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측에선 아버지는 미성년 자녀가 성범죄 등을 당하면 불명예를 씻기 위해 이른바 '명예살인'하거나 자녀의 소유물을 빼앗아도 된다고 본다. 보호자인 아버지가 자녀에게 이런 행위를 하면 이슬람 율법의 기본 원칙인 '인과응보'(키사스)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현대 이슬람 국가 대부분은 명예살인을 처벌 대상으로 여기긴 하지만 다른 고의 살인죄에 비해 형량은 턱없이 낮다. 이란 형법에 따르면 존속 살해 혐의의 피고인에게는 징역 3∼10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피살된 딸의 어머니는 현지 언론에 "법원이 이 사건을 특별히 다루겠다고 했지만 결국 끔찍하게 가벼운 형량이 선고됐다"며 "남편이 우리 가정으로 다시 돌아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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