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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혼·할례 관습 깼다, 케냐 국립공원 뜬 마사이족 '팀 암사자'

중앙일보

입력

아프리카 케냐에는 마사이족 여성으로만 구성된 야생동물 경비대 '팀 라이오네스(암사자)'가 있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야생동물 경비대 #조혼·성차별 굴레 깨 '사회적 충격'

여성은 일찍 결혼해 아이를 낳고 집안일만 해야 한다는 마사이족의 고정관념을 깨버린 이 '암사자들'을 블룸버그가 지난 26일 소개했다.

케냐 국립공원을 지키는 '암사자 팀'은 전원이 마사이족 여성이다. 지난 7일 경비대 픽업트럭을 탄 멤버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케냐 국립공원을 지키는 '암사자 팀'은 전원이 마사이족 여성이다. 지난 7일 경비대 픽업트럭을 탄 멤버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마사이족 여성 8명은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을 둘러싼 36만3000에이커(1456㎢, 부산광역시의 1.9배 면적)의 경비를 담당한다. 이들은 매일 광활한 지역을 순찰하며 표범·코끼리·기린 등 야생동물을 지키고 밀렵꾼들을 잡아낸다.

여성 경비대가 마사이족 사회에 '신선한 충격'인 이유는 부족의 오랜 관습을 깼기 때문이다. 탄자니아·케냐 등지에 사는 마사이족 전사는 용맹하기로 유명하다. 남성 전사는 사냥 등으로 바깥일을, 여성은 집안을 챙기는 가부장적인 틀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상당 부분 현대화가 됐지만, 여전히 여성 할례 등 일부 관습은 이어져 왔다.

여자아이를 일찍 결혼시키는 조혼 문화도 마사이족 여성에게는 '굴레'였다.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보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연히 마사이족 여성들은 사회로 나가는 길이 가로막힌다. 아버지가 정하는 남자와 이른 나이에 결혼하면 가사노동과 육아를 떠안기 십상이다. 아이를 갖기엔 아직 어린 13~15세에 엄마가 된 경우도 흔하다.

이런 억압적인 전통 속에 여성 경비대 아이디어가 처음 제기되자 적잖은 저항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2017년 창설된 마사이족 여성 경비대는 3년이 지난 지금, 실력으로 남녀의 벽을 허물고 있다.

퓨리티 암레셋(오른쪽)이 경비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퓨리티 암레셋(오른쪽)이 경비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가디언은 "이들은 생명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용기 있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팀 암사자' 멤버들은 고등 교육을 받아 데이터 분석 등에도 능하다"고 현지의 평가를 전했다.

경비대에서 일하고 있는 퓨리티 암레셋은 블룸버그에 "처음 주위 사람들은 우리가 약하고 제대로 일을 못 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그간 잘해냈다"면서 "우리의 경험이 마사이족 다른 여성들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사이족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팀 암사자'의 멤버 [로이터=연합뉴스]

마사이족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팀 암사자'의 멤버 [로이터=연합뉴스]

'팀 암사자'가 최근 직면한 골칫거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 19 탓에 케냐의 관광산업은 큰 어려움에 처했다. 관광은 케냐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한다. 지난해의 경우엔 250만 명의 관광객이 케냐 국립공원을 방문했다.

관광 수입이 줄자 일부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야생동물 밀렵에 나선다. 올해 14마리의 기린이 밀렵꾼의 손에 죽었다. AP통신은 "멤버들에게는 코로나로 인해 성행하는 야생동물 밀렵꾼을 잡는 것이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로 생계 어려워지자 딸 결혼시켜...지참금 받으려" 

코로나19에 조혼 풍습도 오히려 강화됐다. 나록 카온티 평화재단 소속 조슈아 카푸타는 "최근 마사이족 여아들의 조혼이 늘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궁핍, 그리고 휴교령이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사이족 여자아이는 전통적으로 아버지가 선택한 남성과 결혼해야 한다. 결혼할 때 신부를 맞는 남성은 대가로 소를 보낸다. 최근 돈벌이가 어려워지자 소를 지참금으로 얻고 딸을 시집보내는 가정이 더 늘었다는 것이다.

마사이족에는 전통적으로 조혼 문화가 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조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사이족에는 전통적으로 조혼 문화가 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조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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