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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씻을 물 커녕 식수도 없는데··· 아프리카로 향하는 코로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프리카 에디오피아의 다섯살 어린이 마라케라가 수도관에서 나오는 맑은 물을 손으로 받아 마시고 있다. [사진 유엔아동기금]

아프리카 에디오피아의 다섯살 어린이 마라케라가 수도관에서 나오는 맑은 물을 손으로 받아 마시고 있다. [사진 유엔아동기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아프리카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22일은 세계 물의 날

문제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는 마실 물조차 부족한 상황이어서 손을 자주 씻으라는 코로나19 예방법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2일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을 맞아 코로나19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물 사정을 짚어본다.

아프리카 34개국에서 확진자 발생

18일 케냐 나이로비의 키베라 슬럼가 근처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주민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8일 케냐 나이로비의 키베라 슬럼가 근처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주민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9일 아프리카의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19일 현재 아프리카 54개국 중 34개국에서 650명 가까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7명이 사망했다.

아직은 아시아나 유럽, 북미 지역보다 확진자나 사망자 숫자가 적은 편이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이나 위생 시설의 경우 다른 대륙보다 아프리카가 훨씬 열악하기 때문이고, 코로나19가 한번 번지면 걷잡을 수 없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50만명이 거주하는 케냐 나이로비 무쿠루 슬럼 지역의 세레스틴아디암보(43)는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사정을 털어놓았다.

케냐 나이로비의 슬럼가. [AFP=연합뉴스]

케냐 나이로비의 슬럼가. [AFP=연합뉴스]

남편과 6명의 자녀가 철판·플라스틱·판지 등으로 지은 집의 단칸방에서 수돗물·전기도 없이 생활하고 있고, 남편의 하루 수입 4달러(약 5000원) 중에서 12%를 양동이 10개 분량의 물을 사는 데 쓰고 있다는 것이다.

애들 가운데 하나가 아프더라도 방이 없어 다른 애들과 따로 재울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전 세계 10억 명의 인구, 도시 인구의 약 30%가 이와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환기도 잘 안 되고, 오·폐수 처리도 잘 안 되어 쉽게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런 지역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자가격리란 것을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 인구 40% 손씻기 어려워

케냐 나이로비의 키베라 슬럼가에서 어린이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손씻는 방법을 시민단체 관계자로부터 배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케냐 나이로비의 키베라 슬럼가에서 어린이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손씻는 방법을 시민단체 관계자로부터 배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유엔 환경계획(UNEP), WHO, 유엔아동기금(UNICEF) 등에서 발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2억명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20억 명이 의존하는 상수원은 분변으로 오염돼 있다.

또,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2억 명은 위생적인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40%인 30억 명은 가정 내에서 손을 씻을 수 있는 위생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중 보건 위험을 억제한다는 관점에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려면 1인당 하루 50L가량의 물이 필요하다.

물을 얻기 위해 왕복하는 데 하루 30분 이상을 들여야 하는 사람이 2억 명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에 800명 이상, 연간 30만명의 5세 미만 어린이가 안전한 식수, 위생적인 화장실 등이 없어 설사병으로 숨지고 있다.
분쟁 지역에서는 5세 미만의 어린이가 직접적인 폭력에 의해 숨지는 경우보다 안전한 식수와 위생시설 부족으로 죽는 경우가 20배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 예방에 WASH가 중요

인도 텔랑가나 주의 주도인 하이데라바드 빈민가에서 공중 수도에서 물을 담는 여성을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 텔랑가나 주의 주도인 하이데라바드 빈민가에서 공중 수도에서 물을 담는 여성을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WHO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위생 당국에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시민들에게 손을 자주 씻으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WASH(씻으라)'가 중요하다.
유엔이 강조하는 WASH는 'water, sanitation and hygiene', 즉 안전한 수돗물과 깨끗한 화장실, 그리고 위생시설을 말한다.

이 WASH는 지난 2015년 유엔이 채택한 2030년 지속가능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의 17개 목표 중 6번째 목표 '건강하고 안전한 물 관리'에 해당한다.
또, 세 번째 목표인 '건강하고 행복한 삶'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 19일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수도 아비장에서 한 여성이 공중 위생시설에서 손을 씻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9일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수도 아비장에서 한 여성이 공중 위생시설에서 손을 씻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은행(World Bank)은 지난 2016년 "위생 증진은 가장 비용 효율적인 건강 대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물과 위생시설과 관련된 질병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는 여러 나라에서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대신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고 위생시설을 적절히 공급한다면 전 세계 질병 부담을 10% 줄일 수 있다는 게 WHO의 설명이다.

2015년 스위스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도시에서 수돗물 공급에 1달러를 투자하면 의료 비용 절약이나 생산성 향상으로 거둘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3달러 이상이라는 것이다. 또, 위생시설에 1달러를 투자하면 2.5달러의 이익이 생긴다.
농촌 지역에서는 수돗물 공급에 1달러 투자하면 7달러의 이익이, 위생시설에 1달러 투자하면 5달러의 이익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올해 물의 날 주제는 '기후변화와 물' 

22일은 세계 물의 날. 올해 물의 날 주제는 '물과 기후변화'다. 물을 잘 관리하면 기후변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

22일은 세계 물의 날. 올해 물의 날 주제는 '물과 기후변화'다. 물을 잘 관리하면 기후변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

올해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 주제는 ‘물과 기후변화(Water and Climate Change)’다.
물과 기후변화는 불가분의 관계이고, 전(全) 지구적 기후변화는 물 순환에 영향을 미치고 물 이용과 수질, 먹는 물 안전에도 위협적이기에 지금 행동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중심에 물을 우선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고, 하수 재이용과 습지 보전, 물 절약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행동 실천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6월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 수도인 첸나이 지역에서는 심각한 가뭄으로 물 부족이 발생. 많은 주민들이 식수를 공급하는 탱크차에 몰려들었다.[AP=연합뉴스]

지난해 6월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 수도인 첸나이 지역에서는 심각한 가뭄으로 물 부족이 발생. 많은 주민들이 식수를 공급하는 탱크차에 몰려들었다.[AP=연합뉴스]

국내에서는 지난 1995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기념식을 개최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규모 기념식 대신 '정부포상 전수식'으로 대체됐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 6동 환경부 대회의실에서 '물 관리 유공자 정부포상 전수식'을 열고, 상하수도와 수질, 수량 등 물 관리 분야에 이바지한 16명에게 정부 포상을 전달했다.
이창희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가 홍조근정훈장을 받았으며, 주기재 부산대 교수가 근정포장을 받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a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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