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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이 경제회복 열쇠”…나랏돈 최대한 쓰겠다는 당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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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태년. [뉴스1]

김태년. [뉴스1]

“경제 회복의 열쇠는 재정에 있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서 내년 예산안 편성 협의 #고교 무상교육1년 앞당겨 시행 #지역상품권 발행도 15조로 늘려 #나랏빚 110조5000억 역대최대 #전례 없는 3년 연속 초수퍼예산

“재정이 최후의 보루로 역할을 다할 것.”(홍남기 경제부총리)

26일 국회에서 열린 ‘2021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회’에서 민주당과 정부는 내년도 ‘수퍼 예산’을 예고하며 이런 입장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충분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재정이 우리 경제가 빠르게 다시 일어서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당정의 청사진에 야권에서는 ‘재정 만능주의’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정은 내년 예산 증가 폭을 “지난 2~3년간 증가율을 고려해 정하자”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올해 본예산(512조3000억원)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9.1%, 2019년(469조6000억원)은 9.5%였다. 이를 토대로 내년 예산 규모는 56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980년 건전재정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이래 정부가 3년 연속으로 초수퍼 예산을 편성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글로벌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2009년에는 8.5%, 10.6% 증액했으나 2010년엔 증가율이 2.9%에 그쳤다.

당정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고교 무상교육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내년부터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앞서 2021년 무상교육 전면 도입 대상(126만명)에 드는 비용을 연 2조원가량으로 추산했다. 이 중 절반가량을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 등 학생 1인당 약 160만원 상당을 지원해 가계 가처분 소득이 월 13만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 촉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지역사랑 상품권 발행 규모는 60% 넘게 늘린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회의 직후 “2020년에 본예산·추경을 통틀어 지역사랑 상품권 9조원을 발행하는데, 내년에는 15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 사업에는 당초 계획대로 2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조 의장은 “뉴딜 예산 상당 부분을 데이터 댐, 지능형 정부, 그린 스마트 스쿨, 국민 안정 SOC(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 미래차 등 10대 사업에 대폭 투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한 ‘청년희망 패키지 지원 사업’에도 뉴딜과 비슷한 규모인 20조원 이상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나랏빚이 이미 위험 수준에 올라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1일 발간한 ‘재정 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까지 누적된 재정 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는 110조5000억원에 이른다.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적자 기록이다. 지난해 연간 누적 적자(54조4000억원)의 배를 이미 넘어섰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가뭄에 단비 내리듯 시급하게 논의되어야 할 4차 추경에는 재정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면서 내년도에 또다시 수퍼예산 편성을 운운하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아무런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한국판 뉴딜에 대해 야당과의 조율이나 국민적 합의도 없이 20조원 이상을 반영하겠다고 하는 것은 단기 일자리 늘리기나 일회성 사업들을 통해 선거에 이득을 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면서다.

내년도 예산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 달 3일 국회에 제출된다. 여야가 매년 11월쯤 세부내역을 심사하는데, 당정은 이에 앞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안 등을 포함한 올해 4차 추경안 편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심새롬·조현숙·박해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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