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위해 욕심 버린 한화 주장 이용규

중앙일보

입력

24일 잠실 LG전에서 안타를 치고나간 뒤 엄지척 세리머니를 하는 한화 이용규. [연합뉴스]

24일 잠실 LG전에서 안타를 치고나간 뒤 엄지척 세리머니를 하는 한화 이용규. [연합뉴스]

"개인을 위해서 뛰기보단 팀을 위해서 자제해야죠." 한화 주장 이용규(35)의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 빠진 팀을 위해 개인 욕심을 버리겠다는 것이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2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6-3로 이겼다. 최하위란 순위도, 2할대 승률도 그대로지만 나름 한화에겐 의미있는 승리였다. 올시즌 처음으로 3연승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화가 마지막으로 3연승을 거둔 건 지난해 9월 16일 삼성전부터 20일 삼성전 이후 339일만이다. 당시엔 6연승까지 이어갔다.

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주장이자 톱타자인 이용규의 활약 덕분이었다. 이용규는 지난 3경기에서 2루타 2개 포함 12타수 5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특히 24일 경기에선 5타수 3안타 1볼넷으로 네 번 출루했다. 6월 들어 주춤했지만 7월 이후엔 완전히 타격감이 올라왔다. 이용규 특유의 '용규놀이'는 여전하다. 타석당 투구수는 4.33개로 리그 5위다. 한화 베테랑들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이용규는 규정타석을 채우며 타율 0.272를 기록했다.

이용규는 언제나 공 하나, 주루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다. [연합뉴스]

이용규는 언제나 공 하나, 주루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다. [연합뉴스]

올시즌을 앞두고 이용규는 타율 3할, 30도루란 목표를 세웠다. 3할 타율은 막판 몰아치기를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용규 스스로도 "타율은 끝까지 1~2리라도 더 올려야 한다.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30도루는 어려워졌다. 전반기에만 13개를 성공시켰지만 8월엔 1개 뿐이다.

이유가 있다. 아예 뛰질 않았다. 8월엔 도루 시도를 3번 밖에 하지 않았다. 부상 때문은 아니다. 이용규는 "3~4점차로 앞서고 있을 때라면 괜찮지만, 뒤지고 있을 때 도루를 하다 아웃되면 팀 분위기를 완전히 망치게 된다. 그건 팀을 위한 게 아니라 개인을 위해 뛰는 것이니 자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개인 목표보다는 팀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용규는 "개인 성적엔 만족하지 않지만 책임감을 가지려고 한다"고 했다.

이용규는 지난해 선수로서 큰 아픔을 겪었다. FA 계약 후 트레이드를 공개요청하면서 팀내 징계를 받았다. 그럼에도 동료들은 이용규를 주장으로 선출했다. 그만큼 팀원들은 이용규를 믿고 있고, 이용규는 흔쾌히 리더의 부담을 떠안았다. 1년 공백도 의지로 이겨내며 팀내에서 가장 많은 82경기에 출전했다. 이용규는 "경기 중은 힘든지 모르지만 솔직히 끝나고 나면 힘들다. 자고 일어나면 또 괜찮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잘 관리해주셔서 체력 문제는 없다"고 했다.

올 시즌 한화는 사실상 포스트시즌을 포기하고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베테랑으로서 신인급 선수들을 바라보는 이용규의 마음은 어떨까. 그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한 타석, 한 타구에 집중해 좋은 선수로 성장했으면 한다. 젊은 선수들은 실수가 많을 수 있다. 코칭스태프에서도 강조하지만 주눅들지 않고, 방망이를 돌리면서 많은 걸 느껴야 한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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