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생 김지영, 하나원큐 3연패 이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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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여자프로농구 하나원큐 김지영. [사진 WKBL]

여자프로농구 하나원큐 김지영. [사진 WKBL]

“자신감을 되찾았어요.”

박신자컵 서머리그서 최고 활약 #4강전서 프로 데뷔 후 최다 21득점

여자프로농구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부천 하나원큐를 우승으로 이끈 가드 김지영(22·사진)을 23일 전화인터뷰로 만났다. 전화로 전해 오는 목소리에 웃음이 가득했다.

박신자컵은 1960년대 여자농구 스타 박신자(79)를 기리기 위해 2015년 창설된 대회다. 비시즌 동안 유망주에게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 팀마다 30세 이상 선수는 3명씩 제외한다. 올해 여자프로농구 6개 팀, 대구시청(실업팀), 대학선발 등 8개 팀이 참가했다. 하나원큐는 21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78-65로 꺾고 우승했다. 대회 첫 3연패다. 1998년생 김지영은 결승전에서 12점, 5어시스트,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눈웃음이 매력적인 김지영 별명은 ‘지염둥이’(지영+귀염둥이)다. 하지만 코트 안에 들어서면 확 달라졌다. 돌파는 과감하고,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더블 클러치’(몸이 뜬 상태에서 한 번 더 슛하는 동작)도 선보였다. 그는 18세였던 2016년 남자선수의 전유물로 여겨진 더블클러치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KB와 4강전에서는 21점을 몰아쳤다. 김지영은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득점”이라고 말했다. 2015년 프로 무대에 뛰어든 그는 5시즌 평균 3.85점에 그쳤다.

올 시즌부터 여자프로농구 일부 규정이 바뀌는데, 새 규정은 김지영에게 유리하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가 폐지된다. 또 파울 기준이 강화된다. 손으로 상대 선수 몸을 치면 파울이다. 김지영은 “나처럼 돌파 좋아하는 선수에게 유리하다. 신인 시절 블록슛에 찍히거나 장신수비가 있어도 골밑을 파고들었다. 주변에서 ‘쟤는 왜 늘 머리를 박고 농구 하지’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다 소극적인 스타일로 바뀌기도 했다. 이제는 자신 있게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비시즌에느 스킬 트레이닝 센터를 찾는 김지영. [사진 김지영]

비시즌에느 스킬 트레이닝 센터를 찾는 김지영. [사진 김지영]

김지영(키 1m71㎝)은 큰 편이 아니다. 그런데 체공시간이 긴 편이다. 고교(안성여고) 시절부터 매일 줄넘기 2단 뛰기와 한 발 뛰기로 체공력을 키웠다. 비시즌에는 스킬 트레이닝 센터를 찾는다. 프로농구 권혁준(KCC), 이진석(현대모비스) 등과 드리블 훈련도 한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프로농구 SK 김선형(32) 경기를 직접 또는 영상으로 찾아봤다. 김선형처럼 돌파가 빨라 ‘여자 김선형’으로도 불린다.

김지영은 가드로서 슈팅 정확도가 아쉽다는 지적을 받는다. 10월 10일 개막하는 새 시즌을 앞둔 그는 “3점슛을 보완해야 한다. 또 에이스 언니들과 경쟁해야 한다. 박신자컵에서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새 시즌이 되면 더블 클러치를 더 많이 시도하고, 신나는 농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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