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체포된 뒤 법정 선 전 대통령 책사 배넌..트럼프 "나는 모르는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현지시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사기 혐의로 뉴욕 연방검찰에 체포된 뒤 법정에 출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사기 혐의로 뉴욕 연방검찰에 체포된 뒤 법정에 출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극우 매체를 운영하다 백악관 수석 전략가까지 지낸 스티브 배넌이 결국 수갑을 차고 법정에 등장했다.
로이터 등 외신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연방 검찰에 체포된 배넌이 변호사와 맨해튼 연방 법원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배넌은 '우리는 장벽을 짓는다(We Build the Wall)'라는 온라인 모금 활동을 통해 돈을 모은 뒤, 일부를 사적으로 쓴 혐의로 기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멕시코 국경 장벽을 짓는 데 도움을 주겠다며 모은 돈이 무려 2500만 달러나 된다.
이 중 수십만 달러를 다른 3명과 함께 개인적으로 쓴 뒤 이를 숨기기 위해 가짜 영수증까지 발행했다는 것이다.
이날 배넌은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나타났다.
변호인이 배넌의 무죄를 주장했고, 500만 달러 보석금에 해외 출국을 금지하는 조건으로 풀려났다.

20일(현지시간) 뉴욕 연방검찰에 체포된 뒤 50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마스크를 벗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뉴욕 연방검찰에 체포된 뒤 50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마스크를 벗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드리 스트로스 뉴욕 남부지검장 대행은 배넌 일당이 빼돌린 돈으로 "호화로운 사생활"을 누렸다고 밝혔다.

멕시코장벽 모금액 수십만 달러 사취 혐의 #호화요트에 머물다가 뉴욕 연방검찰 체포 #대선 앞둔 상황에서 측근 기소 파장 불가피 #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배넌은 이날 오전 코네티컷주 해안의 3500만달러(약 416억원)짜리 호화 요트에 있다가 체포됐다.
요트의 소유주는 중국의 억만장자 궈원구이(郭文貴)로 알려졌다.
부동산 재벌인 궈원구이는 중국에서 뇌물·사기 등 혐의로 기소되자 미국으로 도피한 뒤 2년 전 배넌을 컨설턴트로 고용했다.
66세인 배넌은 브레이트바트라는 극우 온라인 매체를 만들어 유명해졌다.
백인 우월주의나 신나치즘 같은 극우 세력의 논리를 제공하며 논란이 됐는데, 2016년 대선에선 여러 전략을 제시하며 트럼프 당선에 일등 공신이 된다.
이후 '수석 전략가'라는 직책으로 백악관에 입성했지만,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2017년 8월 물러났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수년간, 문자 그대로 수년간 (배넌과) 접촉이 없었다"며 이번 사기 사건과 선을 그었다.
하지만 대선을 석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핵심 공약과 관련된 사기 사건은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민주당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 지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바이든 선거캠프의 케이트 베딩필드 부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가족을 부자로 만들기 위해 자기 사무실을 이용했다"면서 "그런 트럼프가 고위직에 앉힌 사람(배넌)이 기소된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