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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적”…부상 회복 ‘수퍼맨’ 42살 이동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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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프로축구 전북 공격수 이동국이 19일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달 무릎 인대가 찢어졌던 이동국은 회복속도가 빨라 복귀를 눈 앞에 뒀다. [사진 전북 현대]

프로축구 전북 공격수 이동국이 19일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달 무릎 인대가 찢어졌던 이동국은 회복속도가 빨라 복귀를 눈 앞에 뒀다. [사진 전북 현대]

“(이)동국이 형 다쳤다는 소식 듣고 전화했다. 걱정하지 않는다. 형은 초인적인 회복 능력을 지녔다.”

나이 비해 빨리 나아 다음달 복귀 #무릎 부상, 당초엔 시즌 아웃 전망 #최근 지도자 연수, 은퇴 시점 몰라

얼마 전 서울에서 인터뷰 도중 이재성(28·독일 홀슈타인 킬)은 프로축구 전북 현대 동료였던 이동국(41)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북 공격수 이동국은 지난달 10일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를 다쳤다. 부분 파열로, 인대 50~60% 정도 찢어졌다. 당시 복귀까지 8~10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시즌 아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재성 말처럼, ‘수퍼맨’ 이동국은 나이를 넘어서는 회복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재오 전북 의무 트레이너는 19일 “9월 초에 팀 훈련에 정상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를 고려하면 회복 속도가 빠르다. 젊은 선수라도 더 느린 경우도 있다”고 복귀 시점을 전망했다. 당초 예정보다 2주 이상 앞당긴 거다.

이동국은 이날 전북 완주군 봉동읍 클럽하우스에서 김 트레이너, 지우반(브라질) 트레이너와 오전·오후 재활훈련을 했다. 실내에서 근력 보강 운동만 하다가, 지난주부터 그라운드에서 볼 감각을 익히기 시작했다. 다음 주부터는 슈팅 훈련도 할 예정이다. 이동국은 전화인터뷰에서 “훌륭한 치료 장비, 트레이너와 함께 순조롭게 재활하고 있다. 많이 좋아졌다. 이달 말이나 9월 초 복귀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동국이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지우판 트레이너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사진 전북 현대]

이동국이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지우판 트레이너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사진 전북 현대]

한국 나이로 42세인 이동국의 회복 능력은 어디서 온 걸까. 김 트레이너는 “근육량 등 좋은 신체 조건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 후천적 노력도 더했다. 20대 때처럼, 몸무게 85㎏, 허벅지 둘레 25~26인치를 유지하고 있다. 예민한 선수는 원정 가면 잠도 잘 못 잔다. 이동국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쉰다. 내측 인대는 두 번째 다친 건데, 오래 뛰다 보니 부상 때 어떻게 몸을 관리해야 하는지 잘 안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난 아픈 걸 잘 참는 스타일”이라고 농담한 뒤 “조급해하기보다 하루하루 즐겁게 생각하려고 한다. 완벽하게 회복하는 시점이 아니라 더는 나빠지지 않는 시점이 오면 복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국은 쉬는 날 인천 송도의 집에 가서 가족과 함께 운동한다. 테니스 선수인 딸 재아(13) 등 아이들과 수중 훈련도 하고 자전거도 함께 탄다.

실내에서 막내아들 시안이와 함께 재활 중인 이동국. [사진 이동국 아내 이수진씨 인스타그램]

실내에서 막내아들 시안이와 함께 재활 중인 이동국. [사진 이동국 아내 이수진씨 인스타그램]

전북은 치열하게 리그 선두 싸움을 하고 있다. 1위 울산 현대에 승점 1 뒤진 2위다. 다음 달 17일부터는 말레이시아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도 치른다. 구스타보(브라질)가 잘하고 있지만, 이동국이 복귀하면 큰 힘이 된다. 이동국은 “컨디션을 끌어올려 팬이 원하는 목표(시즌 2관왕)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6월에 AFC A급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최근 몇 년간 “매 시즌 은퇴한다는 생각으로 왔다.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올 시즌이 끝나고 축구화를 벗을지, 내년에 프로 24년 차로 계속 뛸지 알 수 없다. 이동국은 올 시즌 부상 전까지 4골을 터트리며, K리그 개인 통산 최다득점(225골)을 계속 경신했다.

언젠가는 감독이 된 이동국을 보지 않을까. 그는 “지도자로서 모습을 많이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만약에 된다면 선수와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 거다. 선수 능력을 최대한 인정하고 잠재 능력을 끌어내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선수 생활도 길게 하고 인생의 굴곡도 적지 않아 훗날 감독이 된다면 해줄 얘기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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