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낭 줄기세포로 자연피부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어느 부위를 막론하고 신체에 있는 모발을 뽑아 그 모낭(毛囊)으로부터 채취한 줄기세포로 새로운 자연피부를 만드는 기술이 개
발됨으로써 화상환자, 당뇨성 궤양 환자 등이 고통스러운 피부이식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스위스 로잔에 있는 생명공학회사 모덱스 세러퓨틱스사(社)의 연구실장 에드바르트 베트게 박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환자의 모낭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환자자신의 것과 똑같은 피부를
만드는 이른바 에피덱스(Epidex)라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베트게 박사는 모발은 신체의 어느 부위에 있는 것이든 상관없다고 밝히고 의사가 환자의 모발 20-30개를 뽑아 모덱스사로 보내면 이를 가지고 새로운 피부를 만들어 한달후쯤 되돌려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게 박사는 이 신기술은 모낭의 줄기세포가 들어있는 트레이(접시)를 전혀 관계가 없는 인간피부세포층 위쪽에 위치시키면 성장인자가 분비되면서 줄기세포가 초기피부세포인 1차 각질세포로 전환하며 이 1차 각질세포를 다시 공기중에 노출시키면 각질층이 있는 정상피부가 된다고 밝혔다.

환자가 상태가 당장 피부이식을 받지 못할 정도인 경우는 1차 각질세포를 냉동보관했다가 나중에 쓸 수도있다고 베트게 박사는 말했다.

베트게 박사는 독일과 스위스의 12개 의료기관에서 치료중인 당뇨성 피부궤양환자 80명중 1차로 36명에게 이렇게 만든 피부를 이식한 결과 전통적인 피부이식술인 부분층피부망상이식편(部分層皮膚網狀移植片)을 이식한 것과 최소한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베트게 박사는 이 기술은 당장은 아주 작은 피부궤양에만 이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보다 큰 상처에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대학 의과대학 피부과 전문의 타니아 필립스 박사는 이를 "중요한 돌파구"라고 평가하고 환자개개인으로 부터 배양된 각질세포 이식편을 얻으려면 환자의 피부를 최소한 1cm는 도려내야 하는데 모낭 줄기세포를 이용해 피부를 만들 수
있다면 이러한 절차가 필요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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