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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비호 의혹 옵티머스 대표 “이혁진과는 공모 안했다”

중앙일보

입력

19대 총선에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 [뉴시스]

19대 총선에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 [뉴시스]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김재현(49)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최근 변호인 접견에서 "회사 설립자인 이혁진(53) 전 옵티머스 대표와 펀드 사기를 공모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표가 펀드 사기 사건에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고 시인한 것이다.

김재현 "이혁진에 빌려준 1억여원 받으려 경영 참여"

1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이 전 대표에게 1억여원의 돈을 빌려준 것을 계기로 2017년부터 옵티머스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빌려준 돈을 현금 대신 옵티머스 주식으로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라오스에서 해외 농장 개발 사업을 하던 김 대표는 2017년 9월 옵티머스 주주명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다. 당시 김 대표 지분은 5.6%, 이 전 대표는 33.9%였다. 이후 김 대표와 이 전 대표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 3개월 뒤 김 대표와 옵티머스 자문단인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 옵티머스 경영권을 장악했다. 김 대표는 지분을 18.3%(전환상환우선주)로 늘렸고, 양 전 은행장은 지분 14.9%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30세 여성 강간치상 혐의로 2017년 7월 징역 2년 6월형을 받으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밀리게 된다. 이 전 대표는 당시 옵티머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언론사들과 인터뷰하면서 "회사를 강탈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고, 같은 해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의 금융정책특보를 맡은 이력이 있다.

김 대표는 "이 전 대표가 성범죄로 구속되면서 옵티머스 경영을 하게 됐다"며 "함께 있던 시기가 너무 짧아 구조적으로 무언가(펀드 사기)를 함께 하기는 어려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이 전 대표의 과거 의혹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옵티머스사태 관계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옵티머스사태 관계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검찰, 공소장서 이혁진 뺐지만 "펀드 사기 무관 결론은 아냐" 

이 때문에 검찰 수사팀 역시 펀드 사기 사건에서는 일단 이 전 대표를 수사 선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공소장에도 이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앙지검 관계자는 "아직 이 전 대표가 펀드 사기와 무관하다고 결론 내리지 않았다"며 "관련자들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수사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경영권을 장악한 김 대표는 이후 구속된 공범들과 함께 공공기관이 발주한 관급공사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수천억원을 편취했다. 실제로는 부실채권과 부동산 산업 등에 투자해 대부분 손실을 봤고, 펀드 자금 '돌려막기' 수법도 사용했다. 검찰이 확인한 피해액만 1조5500여억원에 달한다.

옵티머스 펀드 NH투자증권 피해자들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서 '사기판매'를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옵티머스 펀드 NH투자증권 피해자들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서 '사기판매'를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이혁진 회삿돈 횡령, 대통령 행사 동행 의혹은 '깜깜이' 

이 전 대표의 범죄 혐의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펀드 사기와 별개로 이 전 대표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70억원대의 옵티머스 회삿돈을 횡령한 사건은 수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 전 대표가 수원지검의 조사를 받던 중 2018년 3월 해외로 출국해서다. 수원지검은 이 전 대표를 송환하기 위해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가 출국 전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 행사에 동행해 불거진 '여권 비호 의혹' 역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층 비호 의혹도 불거져…"진위 파악 중"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김 대표와 양 전 은행장이 옵티머스의 경영권 장악 과정에서 전직 금융감독원장 등의 비호를 받은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이 공개돼 논란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펀드 사기 범행이 계속될 수 있었던 배경이나 자금의 사용처를 계속 수사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런 범위 내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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