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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퇴진설까지 돈다...아베, 병원 가기전 아소와 비밀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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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17일 아베 신조(安倍信三) 총리가 병원에서 긴급 건강검진을 받은 이후 일본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잠잠했던 연내 중의원 해산 가능성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24일 최장수 총리 기록 뒤 퇴진' 등 관측 분분 #일본 정치권 술렁…'포스트 아베' 경쟁 빨라질 듯

18일 도쿄의 한 소식통은 “9월 퇴진, 10월 중의원 해산설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실패로 연내 해산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었으나, 아베 총리의 와병설에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와 맞물리는 것이 아베 총리가 연속 재임일수 기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깨는 오는 24일이다. 이날까지 총리직을 유지한 뒤 9월 중 퇴임한다는 시나리오도 정계에선 파다하게 돌고 있다. 일각에선 24일만 넘기고 곧바로 퇴임하는 ‘8월 퇴진설’도 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도쿄의 한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차를 타고 나오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도쿄의 한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차를 타고 나오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만약 아베 총리가 퇴임한다면 당장은 아소 다로(麻生太郎) 경제부총리가 총리직을 대행하게 된다. 내각법 9조에 따라, 총리가 사고가 나거나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 미리 지정한 각료가 임시 총리 직무를 수행한다. 국정전반에서 총리를 보좌하는 관방장관이 후계 1순위가 되는 게 통상적이겠지만, 아베 총리는 아소 부총리를 1순위, 스가 관방장관을 2순위로 지정한 상태다.

다른 소식통은 “아소가 잠깐 대행을 맡았다가 ‘국회를 쇄신해달라’라는 명분으로 중의원 해산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병원 검진을 받기 하루 전인 지난 16일 관저에서 아소 부총리와 단독 면담을 한 것도 이런 시나리오와 관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아베’ 경쟁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까지지만 당내에서 “빨리 새로운 리더를 뽑아 곧바로 중의원 해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18일 발간된 슈칸 분슌은 전했다.

'노 마스크' 기자회견 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연합뉴스]

'노 마스크' 기자회견 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연합뉴스]

잰걸음을 보이고 있는 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이다. 지난 오봉(お盆)연휴 기간 동안 아베 총리가 사저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 스가 장관은 군마현 다목적댐 현장을 찾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다.

코로나19 대책 초기,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던 스가 장관은 후반기 수습을 맡으면서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총리와의 관계도 한때 멀어졌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한 월간지에서 “스가는 유력한 총리 후보자 중 하나”라고 하는 등 이미 관계회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회복에 성공한 스가 장관은 최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총리의 전권사항인 중의원 해산에 대해 “해산은 어렵지 않겠냐”고 하는 등 “이미 마음은 총리”(슈칸 분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가장 불안한 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이다. 아베 총리가 일찌감치 ‘포스트 아베’로 점찍은 기시다는 아베가 힘이 빠지면 총리직을 물려받기 어려워진다. 정계 한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거의 유일한 뒷배였는데, 건강 악화설에 지금 가장 초조한 사람이 기시다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하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연합뉴스]

기자회견을 하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연합뉴스]

이런 초조함이 반영된 듯 기시다는 조만간 정치인으로서 첫 저서도 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처음 중의원에 당선돼 30년 가까이 의원생활을 한 기시다는 아직까지 저서가 한 권도 없는 드문 정치인이다. “정치인으로서 비전을 밝힌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이 최약점으로 꼽히는 그가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포스트 아베’ 경쟁에 뛰어든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여기에 9월 중 자민당 임원 인사와 개각을 앞두고 있어 정계는 더욱 술렁일 전망이다. 당초 거의 윤곽을 잡아가던 인사안도 아베 총리의 건강 악화로 변수가 생긴 상황이어서, 9월 이후 정국은 안갯속이다.

아베 총리는 전날 건강검진에 이어 18일 하루 종일 사저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부터 다시 업무에 나설 전망이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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