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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추행후 700m 쫓아간 부장검사 "길 물어보려한 것"

중앙일보

입력

부산지검 A부장검사가 지난 6월 1일 오후 11시 20분 부산 상수도사업본부 맞은편 길거리에서 여성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찍힌 CCTV 장면. [사진 독자 제공]

부산지검 A부장검사가 지난 6월 1일 오후 11시 20분 부산 상수도사업본부 맞은편 길거리에서 여성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찍힌 CCTV 장면. [사진 독자 제공]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부산지검 A부장검사가 두 달 간의 직무정지 명령이 만료돼 최근 부산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넘겨받은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어 처리를 미적거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부산지검 A부장검사 지난 6일 부산고검으로 인사 이동 #부산지검 “직무정지 2개월 만료돼 검사대리로 인사” #경찰 지난 6월 19일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 #검찰 두 달째 수사중…여론 부담으로 고심 깊어

 16일 부산지검에 따르면 A부장검사는 지난 6일 부산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인사조치됐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검사 징계법상 직무정지는 2개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고 연장이 불가능하다”며 “A부장검사는 부산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자리를 옮겼지만, 현재 연가 처리돼 업무를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부산지검 부장검사를 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낸 것과 관련해 부산지역 한 변호사는 “(성추행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해당 간부에게 (별도의) 수사 업무를 맡길 수는 없다. 지검보다 외부 시선이 덜한 고검 직무대리로 자리를 옮기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수사결과에 따라 책임 여부를 물을 방침이다.

 검찰은 A부장검사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두 달째 수사 중이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A부장검사와 피해자의 합의설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기소 여부와 시기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A부장검사는 지난 6월 1일 오후 11시 20분께 부산 상수도사업본부 맞은편 길가에서 한 여성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이 여성을 700m가량 뒤따라갔다가 여성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A부장검사는 부산 지리를 잘 몰라 길을 물어보려 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지난 6월 1일 오후 11시 20분쯤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한 인도 횡단보도에서 부산지검 A부장검사가 한 여성에게 다가가고 있는 장면이 찍힌 CCTV 화면. [연합뉴스]

지난 6월 1일 오후 11시 20분쯤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한 인도 횡단보도에서 부산지검 A부장검사가 한 여성에게 다가가고 있는 장면이 찍힌 CCTV 화면. [연합뉴스]

 부산진경찰서는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이 조금 지난 6월 19일 A부장검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부산진경찰서는 “법률전문가 자문과 수사 결과를 종합해 검토한 결과 기소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진경찰서는 A부장검사와 여성의 접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없어 참고인 진술은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 CCTV 영상과 정황을 종합해서 추행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언급할 수 없다. 합의 여부는 나중에 재판 단계에서 고려 대상이지 죄의 유무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부산지검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사건을 배당했지만 두 달 가까이 최종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부산지역 한 변호사는 “고위 공직자의 성추행 사건 처리에 관한 한 검찰 입장에서는 여론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검찰의 고심이 깊어지면서 처리에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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