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우려 의약품, 식품 둔갑 '위기'

중앙일보

입력

'센나'라는 의약품이 있습니다. 지금은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지난 99년 12월, 여성들이면 한번쯤 먹어 보았을 동규자차에 '센나'와 같은 성분인 센노사이드가 혼입돼 부작용이 우려되면서 판매업체에서 자체 리콜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센나는 다량 섭취할 경우 설사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성분으로 우리나라와 일본등에서는 지금까지 의약품으로 분류해 변비약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생약입니다.

그런데 최근 식약청에서 식품 안전 및 소비자 보호란 미명하에 부작용에 대한 주의사항을 표시하는 조건으로 센나를 함유하는 차를 식품으로 허용한다는 입안 예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주의사항을 보면 거의 의약품 하제에 표시하는 내용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이 식품은 12세 미만의 어린이, 급성복부질환 및 장폐쇄 환자는 섭취해서는 아니되며, 복통·구역·구토환자, 임부 또는 임신의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신중히 섭취해야 합니다."

"이 식품을 장기간 섭취함으로써 내성의 증가로 의존성과 전해질 손상이 올 수 있으며, 섭취로 인하여 복통·설사 ·구토 등이 있을 때에는 섭취를 중지해야 합니다."

식품이란 표시만 했지 이것은 완전한 의약품입니다. 약이란 의사의 상담과 처방 및 주의사항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복용해야 합니다.

이러한 센나를 보기에도 거부감이 생길 정도의 주의사항을 표시해가며 식품으로 허용하려는 배경이 의심스럽습니다.

정말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차원이라면 부작용이 염려되는 센나를 식품으로 허가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더욱이 약이 아니고 식품으로 규정되면 소비자들의 오남용을 막을 방법도 없습니다.

의약분업이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란 명목으로 생겼다면 위험한 의약품을 식품으로 허용하려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발상일까요?

심각한 부작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부작용을 제품에 기재하는 것만으로 식품으로 허용한다면, 과연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요? 문제가 생겼을 때 주의를 소홀히 한 소비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위험한 발상입니다.

'센나'의 위해성에 대한 최근의 연구에서는 동물실험과 역학조사를 통해 발암성 및 유전자독성 그리고 기타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 보건당국 식품의약품지부(FDB)의 보고에 의하면,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젊은 여성이 사망한 사건이 네 차례 발생하였는데 이 여성들은 사망하기 수개월 전부터 센나가 함유되어 있는 차를 계속해서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FDB는 이러한 사망이 센나에 기인한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센나를 함유하고 있는 차들이 저칼륨혈증(hypokalemia)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저칼륨혈증은 근육 약화, 치명적인 신장 손상,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장부정맥을 일으키는 잠재적인 요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FDA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감안하여 센나를 OTC의약품으로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정말로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부작용을 표시해가면서까지 센나를 식품으로 허용할 것이 아니라 센나를 함유하는 식품조차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센나가 식품으로 분류되면 '강력한 다이어트차입네' '초강력 변비약입네'하면서 판매몰이에 나설 업체가 두렵고 이에 따른 부작용 또한 염려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서조차 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는 센나를 왜 식품으로 둔갑시키려는 것일까요. 그것이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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