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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하게 靑 남은 노영민···"사표 반려라는 말 못 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12일 수석비서관 2명 교체를 끝으로 이번 인사는 마무리됐다.”

청와대 홍보를 총괄하는 국민소통수석실에서 나오는 발언의 요지다. 지난 7일 노영민 비서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의 집단사의로 시작된 파동이 두 차례(10ㆍ12일)에 걸친 5명의 인사 교체로 마무리됐다는 취지다. 5명 중에는 사표를 쓰지 않은 김연명 전 사회수석도 포함됐다.

사표를 제출한 6명중 아직 청와대에 남은 사람은 노영민 실장과 김외숙 인사수석 2명이다. 그럼 노 실장은 사의 표명에도 문 대통령의 신뢰 속에 계속 비서실장직을 수행하게 된 걸까.

◇노 실장 유임?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노 실장이 유임됐느냐'는 중앙일보의 질문에 “당장 추가 수석 인사는 없다고 봐도 된다”며 “그렇다면 사실상 (노 실장은) 당분간 유임됐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금 다른 해석도 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 인사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장직에 머물고 있다면 유임이 맞다”라면서도 “후임자를 당장 찾지 못해 자리를 지킨다면, 그걸 유임이라고 하기엔 궁색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유임(留任)의 사전적 의미는 “개편이나 임기 만료 때 그 자리나 직위에 그대로 머무르거나 머무르게 하는 일”이다.

◇사표 반려?

노 실장이 유임된 것인지, 교체될 것인지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건 사실 간단하다. 그가 낸 사표를 문 대통령이 반려하면 된다. 하지만 이 역시 다소 불확실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노 실장에 대해 ‘사표를 반려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시점에서 노 실장의 후임을 물색하지 않고 있다고도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실장 인사는 수석급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결국 유임보다는 '조건부 유예'라는 표현이 현 상태에 더 가깝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그 '조건부' 시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노영민 비서실장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영민 비서실장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일각에서는 당초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던 최재성 전 의원을 정무수석에 앉힌 것도 노 실장 후임 인선에 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정무수석 직속 상관인 비서실장에는 4선 친문 최재성보다 더 중량감 있는 인사를 앉혀야 한다는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노 실장 유임 여부를 두고 여진이 이어지자 야권에선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청와대 총괄 직책을 이렇게 어정쩡하게 봉합하는 게 어디 있는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노 실장은 거취가 모호해 당초 거창했던 사의 표명에 ‘구색 맞추기’ 용이 아닐까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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