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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보재정 안정대책] 국민에 손벌린 건보

중앙일보

입력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에는 지출을 억제하기 위한 거의 모든 수단이 들어 있다. 노력한 흔적은 역력하다.

하지만 의약분업 실패에 따른 국민의 저항을 의식한 나머지 올해 의보료를 올리지 않는 카드를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환자 본인 부담금이 오르고 담배에까지 부담금을 물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 주요 대책

▶환자 본인부담금 인상=어린이 감기 등 가벼운 질병으로 동네의원을 찾은 주부와 노인 등의 부담이 커진다.

보건복지부는 "국민 1인당 연간 6.97회 동네 의원을 방문하기 때문에 연간 8천6백66원, 월 7백22원밖에 더 부담하지 않는다" 고 설명하지만 의원을 자주 찾는 사람의 추가 부담은 꽤 올라간다.

절차가 까다로운 의보료 인상 대신 손쉬운 본인 부담금 인상을 선택했다는 비난이 가능하다.

복지부는 이처럼 작은 질병에 대한 본인 부담을 늘리는 대신 희귀.난치병의 본인 부담을 현재 40~55%에서 20%로 낮춘다고 밝혔다.

▶차등 수가제=의원.약국의 하루 환자가 75명(월 1천8백75명)이내일 경우만 진찰료와 조제료를 1백% 받는다.

초과시 76~1백명이면 10%를, 1백1~1백50명이면 25%를, 1백51명 이상이면 50%를 깎는다.

김재정 의사협회장은 "환자를 많이 봐야 하는 진료 과목이 있는데 이를 무시한 것은 수용하기 힘들다" 고 비판했다.

▶야간 가산율 시간대 축소=지금은 평일 오후 6시(토요일 오후 1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진료하거나 조제하면 30%를 더 내야 한다. 7월부터는 평일은 오후 8시부터, 토요일은 오후 3시부터로 단축된다.

▶의약품 참조 가격제=1만7천여 의보 대상 약 중 성분과 효능이 같은 6천7백여개를 해열진통제.소화성 궤양치료제 등 12개 군(群)으로 분류한다. 같은 군내 약값 평균치의 1~2배(참조가격)를 넘는 비싼 약은 초과분을 환자가 직접 부담한다. 시행시기는 8월.

의사는 반드시 환자에게 비싼 약을 먹을지 사전에 물어야 한다.

▶노인요양보험 도입=건강보험과 별도로 치매.뇌졸중 등으로 장기 요양이 필요한 노인에게 간병.가정 간호를 위한 의보를 만드는 것이다. 의보 피보험자나 자식이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노인들의 불필요한 병원 병상 점유를 줄이기 위한 이 제도를 위해 그린벨트에 요양시설을 세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민간의보 활성화=의료 신기술.고가약 등 의보 혜택이 없는 항목에 한해 민간 의료보험이 취급할 수 있도록 세금 감면 등을 지원한다.

▶건강보험 정책심의위 신설=의보료 인상 의결기구인 재정운영위와 수가 인상기구인 건강보험심의조정위를 하나로 통합해 의보료와 수가를 함께 놓고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여기엔 정부가 의보료를 좀더 손쉽게 올리려는 의도도 있다.

복지부는 이를 포함해 지역의보 장기 체납자 보험료 탕감 등을 포함한 건강보험 특별법을 만들 예정이다.

◇ 문제점=본인 부담금 인상(환자 부담 연간 4천3백여억원)과 참조 가격제로 인해 환자 부담이 상당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참조 가격제만 하더라도 복지부는 환자들이 비싼 약을 찾지 않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싼 약의 효능에 대한 불신이 강한 점에 비춰볼 때 당분간 본인 부담으로 사먹게 될 게 뻔하다.

우리나라 세제의 간접세 비중이 커 지역의보에 대한 정부 지원 비율을 50%로 올린 점, 의보 재원을 확보하느라 담배에까지 갑당 1백50원 안팎의 부담금을 물리려는 점 등은 상대적으로 서민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문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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