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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설지옥” 경고 조국에 진중권 “지지자 환상 보충하려 언론과 전쟁”

중앙일보

입력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 책방에서 열린 경제사회연구원 세미나에서 '한국사회를 말한다 : 이념·세대·문화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 책방에서 열린 경제사회연구원 세미나에서 '한국사회를 말한다 : 이념·세대·문화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2일 이른바 ‘조국 펀드’ 의혹을 제기한 정치권과 언론을 향해 “발설지옥(拔舌地獄)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줄어드는 지지자 숫자를 환상으로 보충하고 선명성을 더욱 부각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전 장관이) 자신의 민낯이 다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이상적 거울상을 유지하는 데 집착하고 있다”며 “이 친구, 정신상태가 조금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의 괴리를 검찰과 언론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모양이다”며 “언론과의 전쟁도 두 자아의 분열을 해소하기 위한 자가 심리요법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의 올바른 해법은, 자신이 과거에 연출했던 이미지와 자신이 실제로 살아온 삶 사이에 괴리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자신과 가족이 그동안 해온 일 중에서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한 부분을 반성하고, 청문회에서 국민에게 했던 말 중에서 이미 거짓으로 드러난 부분에 대해 깨끗이 사과하는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개인적으로 억울한 부분이 많겠지만 검찰의 무리한 수사, 언론의 과도한 보도에 대한 항변은 인정, 반성, 사과한 후에 늦지 않다”며 “검찰의 수사와 언론의 관심이 과도했던 것은 자신이 유력한 대선주자였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도 있다”고도 했다.

또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국기 부대의 수는 줄어들고 그 열정도 점점 가라앉을 것”이라며 “그가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꼈던 대안현실, 그 매트릭스의 세계의 규모가 점점 작아지고 선명도 또한 점점 떨어져 그 결손을 새로운 환상으로 보충하기 위해 뒤늦게 언론과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 SNS 캡처

사진 SNS 캡처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애초에 사안을 ‘정치화’한 게 문제였다. 법정에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반박할 것은 반박해야 하는데, 모든 혐의를 다 부정하고 있지 않나”라며 “혐의를 인정할 경우 지지자들 머릿속에 든 '매트릭스'가 깨질 것이다. 어디서나 그렇듯이 여기서도 최선의 방책은 정직”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펀드의혹 제기한 야당·검찰·언론에 “발설지옥 갈것”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조 전 장관은 이른바 ‘조국 펀드’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야당과 검찰, 언론을 향해“망어중죄(妄語重罪), 악구중죄(惡口重罪)를 지은 자들”이라며 “발설지옥(拔舌地獄)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모펀드 관련 1심 재판에서 저나 제 가족이 이 펀드의 소유자, 운영자가 전혀 아님이 확인됐지만 이 프레임을 전파하던 이들은 이제 뭐라고 하고 있나. ‘목표한 바를 이뤘으니 알 바 아니다’하면서 웃고 있겠지”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9월 3일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토론회에서 ‘조국 펀드, 조 후보자의 대선 준비를 위한 자금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9월 24일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이 허욕을 품고 큰돈을 마련하려고 하다가 윤석열 검찰에 덜컥 걸린 것’이라고 썼다”며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 2건을 함께 게재했다.

그러면서 “작년 하반기 보수야당이 검찰과 언론이 합작해 유포한 ‘권력형 범죄’ 프레임을 강화하며 ‘사냥’을 부추기고 독려했는지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이어 “황당한 첩보를 누가 만들어 제공했을까. 대검 고위급 ‘빨대’일까, 검찰 범정 ‘빨대’일까, 보수정당 내부 모략전문가일까, 아니면 합작일까”라며 “이후 검찰과 언론은 황당한 ‘대선 자금’ 이야기는 뺐지만 끊임없이 ‘권력형 범죄’ 프레임을 확대 재생산시켰다”고 주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국 펀드' 의혹을 제기했던 야권과 언론을 향해 "발설지옥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조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국 펀드' 의혹을 제기했던 야권과 언론을 향해 "발설지옥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조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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