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홍남기의 50분 부동산 정책 옹호…해법 없이 당부만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동산 실정(失政) 논란에 대해 정부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보완책을 일부 내면서도 기존 정책의 유지‧강화 방침은 분명히 했다. 정부 대책의 의미를 시장에 제대로 알리면 정책이 효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후 2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변화된 정책을 상세히 알려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곧바로 지원에 나섰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부동산 정책 관련 현안을 설명했다. 중저가 주택에 대한 재산세율 인하 같은 일부 보완책을 내놓긴 했으나, 홍 부총리는 오후 3시 30분부터 50여분 간 줄곧 정부 부동산 정책의 의미와 효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핵심 논쟁에 대해서는 얼버무렸다.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국민적 협조'를 당부할 뿐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공급 대책의 핵심인 공공재건축 물량이 허수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딱 부러진 설명이 없었다. 시장의 아우성에 정부가 귀를 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부동산 세제개편 주요 내용 등 최근 주요 정책현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부동산 세제개편 주요 내용 등 최근 주요 정책현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재건축 8,9월 중 선도사업 발굴" 

홍 부총리가 먼저 강조한 건 서울시와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도입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는 충분한 협의를 거쳐 발표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대일 재건축은 주택공급 증가에 기여하지 못하고 주 개발 이익이 조합원에게 귀속된다”며 고밀재건축 필요성을 밝혔다.

고밀재건축 중 공공참여형만을 추진한 이유에 대해선 “늘어난 용적률은 사실상 공공재”라며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재건축 예상 규모(5만 가구)가 허수라는 지적에 대해선 “조속한 사업성 창출을 위해 10일부터 서울시와 협의체를 운영할 것”이라며 “8, 9월 중 선도 사업지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허수’ 지적이 틀렸다는 반박은 하지 않았다. 다만 “공공재건축이 현행 방식의 재건축보다 조합원의 이익을 더 훼손되지는 않는다”며 조합원의 이해를 구했다.

[자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자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임대차 제도 정착 국민적 협조 필요" 

‘세금 폭탄’이 아니라는 점도 재차 항변했다. 홍 부총리는 “1주택자는 취득세율 및 재산세율 변동이 없다”며 “시가 9억원 미만 주택은 공시가격 변동 없이 시세 변동분만 재산세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올 10월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과 함께 재산세율 인하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인하 혜택을 주는 중저가 주택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등록제도 정책도 번복‧땜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7‧10 대책에서 기 등록주택은 등록말소 시점까지 세제 혜택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달 7일 내놓은 임대등록 관련 후속대책이 기존 대책의 연장선상이라는 얘기다.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3법에 따른 부작용은 일부 시인했다. 그는 “현재 전세가 상승은 법률 효과가 발생하기 전에 가격을 미리 올려 계약을 체결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제도 정착 과정에서 약간의 시간과 국민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월세전환 가속 우려에 대해선 “전세금 승계거래(갭투자)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전·월세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월세 전환율 하향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모습. 연합뉴스

"태릉 부지 55% 생활인프라 구축에 활용"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낳은 신규 택지 공급과 관련해 홍 부총리는 “태릉 부지의 55%를 공원, 학교, 도로 등 생활인프라 구축에 활용할 계획”이며 “과천은 입주 부처의 이전 없이 유휴부지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 정부의 독단적인 발표라는 지적에 대해선 “관계부처 및 광역지자체와 여러 논의를 거쳤다”며 “다만 기초 지자체와 사전에 공개적 수준으로 협의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홍 부총리는 “주택 공급이 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공급 과정을 소상히 알려 국민이 정책효과를 체감토록 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 목표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에 만족하지 않고 과도하게 오른 지역의 경우 조정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책임은 “청와대가 아닌 내각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거론한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에 대해선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검토할 사안이고 정부 내부적으로 의견 제기가 있었다”면서도 “본격적으로 (설치를)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눈 가린 경주마 같은 ‘직진’ 행태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국민의 불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예컨대 1가구 1주택자의 세금이 안 올랐다고 하지만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승으로 실제 증가분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국민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이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세종=하남현‧김남준‧임성빈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