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로 주택·도로 침수와 산사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한 지난 6월 24일부터 9일 오후 10시 30분까지 39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됐다. 이재민은 6500명이 넘었다. 집중 호우에 이어 10일부터 제5호 태풍 ‘장미’의 영향권에 접어든 가운데 태풍ㆍ호우시 안전 행동 요령을 정리했다.
타이어 2/3 이상 잠기면 위험
이번 장마에서 특히 두드러진 건 도로ㆍ교량 침수로 인한 인명 피해다. 지난달 23일 부산 동구 초량 제1 지하차도에서 물 폭탄이 쏟아져 차량 6대가 갇혔고, 3명이 사망했다. 담양군 금성면에서는 승용차에 타고 있던 남성이 급류에 떠내려가 실종됐다.
행안부 행동 요령에 따르면 침수된 교량이나 도로를 발견했을 때 진입해서는 안 된다. 급류가 발생했을 시 타이어의 2/3 정도에 해당하는 얕은 수심에서도 쉽게 휩쓸릴 수 있다. 불가피하게 진입했을 경우 시동이 꺼지는 사태에 대비해 미리 창문을 내린 후 이동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속도를 높이면 엔진에 물이 들어갈 수 있어 변속기를 2단 이하로 놓은 다음 가속 페달을 천천히 밟으면서 일정 속도로 지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차량에 물이 들어올 경우 급류 흐름 반대쪽 문을 열어 차에서 탈출해야 한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창문 모서리 부분을 단단한 물체나 발을 이용해 깨뜨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창문을 깨기 어렵다면 차량 내ㆍ외부 수위 차가 30㎝ 이내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차량 문을 열 수 있다. 차에서 나온 후에는 수영해 물보다 높은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여의치 않을 경우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가 119에 연락하고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전문가 “전기차 더 위험”
고전압 전류가 흐르는 전기차의 경우 침수로 인해 감전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의 경우 이중 삼중으로 방수 처리가 돼 있고 배터리팩에 센서가 있어 수분을 감지하면 강제로 전원을 차단한다. 하지만 안전을 100% 보장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는 “아무리 차단 기능이 잘 돼 있다고 해도 사고는 생기기 마련이다. 폭우 속에서 침수된 길을 지나갈 때는 내연 기관차보다 전기차가 훨씬 위험하다. 전기차는 물을 멀리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소의 경우 90%가 지붕이 없는데 비가 올 때 충전하면 감전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라고 덧붙였다.
가옥 침수됐다면 전기부터 차단
폭우로 인해 하천 등이 범람해 주택이 침수된 경우도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주택 침수와 누전으로 인한 감전사고를 막기 위해 집에 물이 고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전기 차단기부터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고무장갑 착용은 필수다. 제때 집 밖의 주민 대피 시설로 이동하지 못했다면 침착하게 집 옥상이나 지붕 등으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침수됐던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집 구조물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붕괴 가능성을 조심해야 한다. 내부에 가스가 차 있을 수 있어 환기를 시키는 것이 필수다. 물에 잠긴 가전제품의 경우 그대로 사용할 경우 감전 위험이 높아 서비스센터에 의뢰해 점검을 받는 것이 좋다.
산사태 나면 비탈면 피해
이번 폭우에서는 산사태로 인한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산림청은 태풍 ‘장미’가 동반하는 집중 호우로 대규모 산사태 발생 우려가 있다며 경고했다. 산사태가 났을 경우 붕괴 가능성이 높은 비탈면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흙이 위에서 아래로 무너지기 때문에 산사태 발생 방향과 수직 방향의 가장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피 명령이 내려졌을 때 산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학교나 마을회관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전문가들은 또 바람 불지 않는데 나무가 흔들린다거나 땅이 울리는 등 산사태 전조 증상을 미리 인지해두고 상황 발생 시 긴밀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