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 치료 '한국 단도박 모임'

중앙일보

입력

최근 주부 도박단을 비롯, 주택가에 몰래 차려진 속칭 '하우스' 도박장에서 수억의 판돈이 오고 갔다는 사건이 연일 보도되면서 도박의 심각성이 새삼 드러나고 있다.

도박 중독은 하루 아침에 수십 년간 마련한 집을 날리는가 하면 가정 파탄까지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한 사람과 가족의 인생을 망치게 만드는 심각한 중독이다.

이런 도박 중독은 하나의 심각한 질병으로 보고 치료해야 한다는 취지 아래 모인 모임이 있다. 바로 '한국 단도박 친목모임'이 그것.

언뜻 들으면 생소하고 일시적인 모임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한국 단도박 모임'은 그 역사가 깊은 세계적인 모임이기도 하다.

이 모임은 1957년에 미국 LA에서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에는 1984년 도박 중독자였던 한 외국인 신부가 도박으로 인해 자살하는 농민을 보고 충격을 받아, 1984년 6월 13일 경기도 부천시 심곡동에서 최초로 시작하게 되었으며,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현재 많은 도박중독자들이 새로운 삶을 되찾고 있다.

'단도박 모임'은 미국에 국제 단도박 본부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방배동의 사무국을 주축으로 전국에 30여개 정도의 모임이 있다.

모임은 대부분 천주교 교회에서 이루어지지만 교회는 주로 장소 제공 차원이지, 모임 자체가 종교적인 성격을 띄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단도박 모임 회원은 도박중독자와 그 가족을 포함해 약 500~600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도박 모임은 회원들의 자체 회비를 걷어서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이며, 홍보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방송, 신문 쪽의 보도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미약한 편이다.

단도박 정기모임에서 시행하는 도박 중독의 치료는 1~12단계에 걸친 회복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12단계의 회복 프로그램의 내용은 주로 도박으로 인해 피폐해진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고 반성과 시인을 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도 계몽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도박 모임의 특이한 점은 정신과의사 등의 전문가가 직접 치료를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이 모임에서 도박중독을 치료한 사람이 새로 들어온 사람을 다시 일깨워주고 치료해 주는 식의 순환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즉, 도박 중독자였다가 단도박 모임을 통해 치료를 마친 회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통한 도박 중독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자신들이 과거의 심각한 파탄 실례 등으로 중독자들을 선도하고, 치료프로그램을 통해 도박중독자들을 치료해 나가는 것이다.

단도박 모임에서 가족들의 상담을 받아주고 치료를 권유하는 C사무국장은, 도박 중독자인 남편에 대해 상담 전화를 건 여인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돈을 주어선 안된다"며 "가족들은 도박을 병으로 인식해서 치료할 생각을 해야지, 이번이 마지막이란 말에 돈을 주고 또 빚을 갚아 주어서는 계속 악순환일 뿐"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도박중독자에게 돈을 주는 행위는 마약중독자가 괴로워한다고 마약을 주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강력히 못박으며 도박 중독은 질병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어떤 사람이 도박에 잘 빠지느냐는 질문에는 "도박을 하는 사람 치고 미련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지능이 높은 사람이 더 잘 빠지고 심지어 정신과 의사까지도 빠지는 등 직업, 종교, 성별을 초월한다."고 지적했다.

즉, 도박 중독자들은 IQ는 높지만 EQ에 문제가 발생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현재 사무실에 상담을 위해 전화를 거는 중독자의 가족들은 대부분 자신을 밝히기를 꺼려해 전화로만 상담을 받으려 한다.

그렇지만 도박 중독은 생각처럼 쉽게 치료되는 것이 아니므로, 모임에 참가해서 상담과 치료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도박 모임의 홈페이지(www.dandobak.co.kr)에 들어가면 각 지방별 모임장소 및 연락처, 관련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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