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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라임사태 주범 이종필이 챙긴 부당이득은 25억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금융사기,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 이종필(42·구속) 전 라임운용 부사장이 챙긴 부당이득이 드러났다.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을 통해서다. 이 전 부사장은 지금은 상장폐지된 당시 코스닥 상장사 리드로부터 약 14억원의 부당이득을 개인적으로 편취했다. 또 지금은 거래정지된 코스닥 상장사 하이소닉(구 지투하이소닉)에서 확보한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해 약 11억원의 펀드 손실을 회피했다.

지난해 10월 여의도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종필 당시 부사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여의도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종필 당시 부사장 모습. 연합뉴스

리드 일당과 식사 중 명품백·시계 받아 

황보승희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지난 5일 법무부로부터 제출 받은 이종필 전 라임운용 부사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리드 김모 회장과 박모 부회장의 청탁을 받은 이 전 부사장은 2017년 3월 50억원, 2018년 5월 250억원 등 총 300억원의 라임운용 자금을 리드가 발행한 전환사채에 투자했다. 검찰은 리드 경영진이 이 자금을 회사 운영과는 관계 없이 타법인 주식 취득, 채무변제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모 리드 회장이 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모 리드 회장이 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은 2017년 3월 투자를 통해 리드 측으로부터 명품백과 시계, 고급 외제차량 등을 부당 편취했다. 이 전 부사장은 2017년 3월 여의도 IFC몰 지하에 있는 한 식당에서 김 회장, 박 부회장과 식사를 하던 도중 박 부회장으로부터 시가 939만원 상당의 샤넬백 2개와 시가 2340만원 상당의 IWC 시계 1개를 각각 받아, 합계 3279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

아우디·벤츠에 전환사채 콜옵션까지 

이 전 부사장은 또한 2017년 4월부터 8월까지 박 부회장이 소유한 페이퍼컴퍼니 트라이던트파트너스 명의로 리스된 아우디 R8 승용차를 제공받아 타고 다녔다. 2017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는 박 부회장의 아내 명의로 리스된 벤츠 S클래스 AMG 승용차를 제공받아 타고 다녔다. 각각 시가 2억원을 상회하는 이들 차량의 해당 기간 리스비는 총 1억 1199만원에 달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AMG S 63 4MATIC+ 차량.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 벤츠 AMG S 63 4MATIC+ 차량.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이 전 부사장은 2018년 5월 리드 투자를 집행한지 약 보름이 지난 6월 리드 측으로부터 6억원 상당의 전환사채 매수청구권(콜옵션)을 무상으로 부여받았다. 이 전 부사장은 그 직후 후배 명의 증권 계좌를 통해 시가 13억1077만원 상당의 리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 6억원어치를 매입했다. 검찰은 이 거래를 통해 이 전 부사장이 13억 1077만원을 상당의 부당이득을 수수했다고 본다.

'하이소닉 대표 고소' 미공개정보로 11억 손실 회피 

이 전 부사장은 지금은 거래정지된 코스닥 상장사 하이소닉(구 지투하이소닉)에서 확보한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해 약 11억원의 펀드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받는다. 이 전 부사장과 김창희 전 라임운용 대체투자운용본부장은 라임GAIA 펀드, 라임테티스2호 펀드 명의로 하이소닉 주식 594만주를 보유하고 있던 중, 2018년 12월 5일 '지투하이소닉 회사 자금이 유출돼 회사가 매각된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김 전 본부장은 12월 12일 하이소닉 본사를 방문했다. 소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하이소닉 김모 대표로부터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또다른 각자대표 곽모 대표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하이소닉을 무자본 인수한 곽 대표와 김 대표는 하이소닉에서 총 259억원을 횡령했다가 경영권 유지를 위한 주식이 반대매매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김 대표가 곽 대표를 수사기관에 고소하기로 계획한 바 있다.

김 전 본부장은 관련 고소장까지 검토한 뒤 즉시 이 사실을 이 전 부사장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보고 받은 이 전 부사장은 라임펀드가 보유 중인 하이소닉 주식 전량을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본부장은 라임운용 직원과 당시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맺고 있던 KB증권 등을 통해 12월 12일자로 라임GAIA 펀드, 라임테티스2호 펀드의 하이소닉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검찰은 이들이 미공개중요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10억9529만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했다고 봤다.

이종필, 무역금융펀드 사기 판매에도 기소 

이 전 부사장의 혐의는 이번 공소장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 전부가 아니다. 검찰은 지난 7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원종준 라임운용 대표를 기소했는데, 당시 이 전 부사장 역시 같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들은 라임 무역금융 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투자처인 해외 무역금융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펀드를 신규 설정해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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