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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시면서 대화하는데…먹을때 빼곤 마스크 쓰라는 지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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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구 커피전문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커피전문점에서 시민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뉴스1

서울시 강남구 커피전문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커피전문점에서 시민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뉴스1

‘카페와 음식점에서 먹거나 마시는 시간 외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음식 섭취 시엔 침방울(비말)로 인한 전파 우려가 있는 대화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가 최근 추가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수칙 일부다. 서울 강남구 할리스커피 선릉역점과 서초구 양재동 양재족발보쌈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소 12명으로 확인되면서 나온 대책이다. 이날 중대본은 카페와 음식점 이용 시 배달 주문 및 포장 등을 활용하고,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 방문하되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할 것도 당부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해당 지침의 현실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사와 대화 구별 어려워”

서울시 강남구 커피전문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커피전문점에서 시민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뉴스1

서울시 강남구 커피전문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커피전문점에서 시민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뉴스1

5일 오후 1시쯤 방문한 광화문역 인근 프렌차이즈 카페에선 정장 차림 직장인들이 테이블에 모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날 직장인 김성진씨는 “직장동료들과 카페에 오면 대화를 하는 것과 커피를 마시는 걸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며 “카페에 앉아있을 수 있는 의자를 모두 치우지 않는 이상 직장인 밀집지역 카페엔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맞은 식당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식당 앞에 줄을 설 때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식사할 때는 마스크를 벗고 맞은 편에 앉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실제 당국은 '안전 신문고'를 통해 카페에서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대여섯 시간 이상 밀접하게 대화해도 관리자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제보받았다고도 밝혔다.

“마스크 안 쓴 손님들 제지 어려워”

한 식당에 직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한 식당에 직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반면, 식당과 카페 종업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었다. 할리스커피 관계자도 “선릉역점에선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직원들은 라텍스 장갑과 마스크 착용을 의무적으로 해 직원 중에선 의심증상자 없다”고 밝혔다. 한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내부를 하루에 한 번씩 소독하고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음료를 제조하면서 동시에 마스크를 내리고 대화하는 손님들을 일일이 제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칸막이 설치·테이크 아웃 권장

경기도 수원시청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칸막이 사이로 점심을 먹고 있다. 뉴스1

경기도 수원시청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칸막이 사이로 점심을 먹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현실성 있는 방역수칙으로 사설 카페·식당에도 칸막이를 설치하고 카페는 테이크아웃 위주로 운영할 것을 조언했다. 실제 서울대 학생식당을 포함한 일부 식당 등에선 투명 칸막이를 설치해 비말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관계자는 “90㎝ 이상 높이의 칸막이 설치 시 비말을 99.9% 이상 차단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전국에 있는 약 80만개 식당·카페 등 영업장에서 90㎝ 이상 투명 칸막이가 설치된다면 감염병 확산을 대폭 감소시키고 위축된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내에선 에어컨 바람을 통한 감염, 책상 등 물체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호주는 한때 카페에서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도록 했다”며 “우리나라도 코로나19 확산이 심해지면 아예 식당과 카페 시설운영을 금지하겠지만, 현재 상황에선 불가능한 만큼 식당과 카페에 앉을 때 일부 테이블을 비워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테이크아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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