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초등6학년 폭력사고에 담임교사 책임 못 물어…교사 개입 덜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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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식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식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끼리 점심시간에 싸우다 다쳤다 하더라도 싸움의 책임을 담임교사에게 물을 수는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3단독 신종열 부장판사는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과 부모 및 담임교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가해 학생 측만 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1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들끼리 점심시간에 싸움이 벌어졌다. 물건을 돌려달라는 다툼 끝에 가해 학생은 몸을 밀쳤고 피해 학생은 뒤로 넘어져 두개골 골절과 뇌진탕 등 상해를 입었다.

해당 소송의 쟁점은 이 사고에 대해 담임교사가 책임이 있느냐였다.

재판부는 가해 학생과 부모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담임교사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재판부는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교내 생활 관련 지도ㆍ감독 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이고 사고가 학교 일과 시간에 교내에서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는 점은 명확히 했지만, “돌발적이고 우연히 발생한 이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학생은 초등학교 6학년생으로 저학년생에 비해 학교생활 전반에 관한 교사의 지도ㆍ감독이나 개입이 덜 요구된다”며 “이 사고가 발생한 때는 수업시간이 아닌 점심시간이라 교사가 학생들의 행동을 일일이 통제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두 학생이 평소 사이가 나빴다거나 하는 정황이 없었다는 점과 갑자기 일어난 사고라는 점, 사고 직후 담임교사가 피해 학생의 상태를 확인하고 조퇴 조치하는 등 대처한 점도 이유로 들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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