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뚫는 피어싱, '후유증 심각'

중앙일보

입력

길을 지나가다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이 점포에 내걸린 '예쁘게 귀 뚫어 드립니다' 또는 '피어싱'이라는 문구다.

피어싱(piercing)은 바늘로 구멍을 뚫고 의료용 스테인리스 장식이나 플라스틱 장식을 밀어 넣는 것이다. 귓불을 뚫고 귀고리를 하는 정도가 일반적이지만, 일부에서는 구멍을 넓히고, 갯수를 늘려 가는'취미(?)'로 발전하고 있다.

피어싱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98년부터. 당시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을 보이기 시작한 피어싱은 최근엔 개성을 돋보이게 한다는 미명 아래 남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멋내기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유행하기에 이르렀다.

피어싱은 국내에 소개된지 수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피어싱족'의 증가와 함께 그 후유증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대부분 피어싱에 대한 충분한 사전 지식이 없는 무자격자에게 시술 받아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귀, 코 등 일반 피부와는 달리 혀, 성기 등 기능담당 기관의 피어싱은 100배 이상 위험해 최악의 경우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영국의 치과의사협회(BDA)에서는 이러한 피어싱에 대한 위험성을 지난 99년도에 이미 타임지를 통해 경고한 바 있다. BDA는 혀에 구멍을 뚫고 장신구를 끼우는 '텅 피어싱(tongue piercing)'은 잘못하면 말더듬이가 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BDA의 지오프 크레이그(Geoff Craig)박사는 "혀의 염증이 심해지면 패혈증, 중독충격증후군(toxic shock syndrome)에 걸릴 수 있고, 혀를 뚫는 기구가 소독되지 않았다면 텅 피어싱을 통해 에이즈, B형 간염, C형 간염 등 치명적인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심한 피어싱의 경우에는 장신구를 빼내기 위해 외과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와중에 흉터는 물론, 감염 위험과, 시술 과정에서의 위험 등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행하고 있는 귀 피어싱의 경우 귓불이 아닌, 귀의 연골을 함께 뚫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연골 피어싱은 염증을 동반한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외연골염(perichondritis)으로 발전하게 되면 외이도는 물론 귀내부(내이)로 염증이 파급되면서 극한 상황에서는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피어싱을 원상태로 복구하기도 매우 어렵다. 귀 피어싱으로 인해 이미 넓어진 구멍을 원상태로 메우기는 어려워 이런 경우 병원에서 수술칼로 구멍난 부위를 도려내고 실로 꿰매는 안전한 방법이 사용된다.

남들과 다른 외모를 추구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늘어가고 있는 피어싱. 그러나 그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장기적인 후유증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