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의료시대 현장을 가다] 선천성 심장병

중앙일보

입력

"엄마, 가슴이 아파요. "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선천성 심장병은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던 불치병이었다.

국내에 인공심폐기를 이용해 본격적인 심장병 수술이 이루어진 해는 1959년. 이후 이 분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 현재 아무리 복잡한 심장기형일지라도 80% 이상의 성공률을 보인다.

심장병은 심장과 주변 혈관이 기형인 병이다. 발병률은 출생아 1%나 될 정도. 국내에 수술대상 환자만 매년 4천여명 발생하고 있고, 이중 25~30%는 복잡한 기형이다.

심장은 임신 3주 때 모양이 형성되기 시작해 7주 때 완성되므로 기형도 이 시기에 생긴다.

기형의 종류는 크게 동맥피와 정맥피가 섞여 혈관에 산소공급이 잘 되지 않는 청색증 심장병과 동.정맥 구조가 정상에 가까워 혈액에 산소 공급은 잘되는 비(非)청색증으로 나뉜다.

청색증 심장병은 대부분 복잡기형으로 혈액에 산소가 모자라 입술이 파랗게 되는 것이 특징.

다른 기형이 그렇듯 심장기형 역시 치료는 수술로 제 모양과 기능을 찾아주는 것이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흉부외과 서동만 교수는 "대동맥과 폐동맥이 뒤바뀐 대동맥전이(轉移)만 하더라도 90년대 초반엔 수술로 인한 사망률이 70%였으나 지금은 성공률이 혈관만 바뀌었을 땐 95% 이상, 복잡한 심장기형이 동반된 경우에도 80% 이상" 이라고 밝힌다.

치료성적이 좋아진 첫번째 이유는 진단법의 발달.

서울대의대 소아심장학 최정연 교수는 "심한 심장기형 때문에 심도자술 검사조차 위험한 환자는 심장초음파 검사만 받고 수술을 하고 있다" 고 들려준다.

이는 심장초음파 검사법의 발달로 이 검사만으로도 대부분 기형 정도를 거의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태아 심장초음파 진단이 가능해져 필요하면 출생 직후부터 치료를 하기도 한다.

체외순환기기의 발달도 수술성적 향상에 큰 몫을 차지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흉부외과 전태국 교수는 "과거에는 수술 중 혈액이 체외순환기를 통과하면서 피떡(혈전)이 생겨 환자가 사망하는 원인이 됐지만 지금은 기계의 재질이 좋아져 이런 일이 드물다" 고 밝힌다.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환자 관리가 잘되고 있는 것도 사망률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최정연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 환자는 수술 후 발작적으로 폐동맥 고혈압이 잘 생기는데 이전에는 이를 조절하는 방법이 없어 재수술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일산화질소 등으로 안전하게 폐동맥 혈압을 떨어뜨린다" 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수술기법의 발전이 수술성공률을 높이는데 이바지했음은 물론이다. 수술법은 기형의 정도, 수술 당시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다.

수술성공률이 높아지면서 수술 환자의 나이도 어려지고 있다.

서동만 교수는 "수술환자 70%가 첫돌 이전이며 3분의1은 백일이 안 된 어린이" 라고 밝힌다. 심장의 크기는 출생시 약 25g, 첫돌 때 45g 정도며 성인이 되면 2백50g이 된다.

서교수는 "심장기형으로 숨이 차거나 성장을 못하는 등 증상이 나타나면 아무리 나이가 어리고 기형이 심해도 즉시 수술하며,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없는 선천성 심장병도 취학 전에는 수술을 한다" 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