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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세일즈맨 3인의 ‘운수 좋은 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경랑의 4050세일즈법(28)

친구들과 식사하던 중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게 됐다. 이야기가 무르익자 자연스럽게 부모님 건강, 매일 피로함을 호소하는 남편과 공부하느라 지친 자녀 이야기까지 퍼져간다. [사진 pxhere]

친구들과 식사하던 중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게 됐다. 이야기가 무르익자 자연스럽게 부모님 건강, 매일 피로함을 호소하는 남편과 공부하느라 지친 자녀 이야기까지 퍼져간다. [사진 pxhere]

동창생 모임에서 친구들과 식사하던 중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게 된 A보험사 세일즈맨 김 FC. 요즘 어디가 쑤시고 결리는지, 어떤 영양제를 먹는지, 그래서 마음이 심란하다는 등 수다를 떨게 되었다.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무르익자 자연스럽게 어느새 나이가 많아지신 부모님 건강, 매일 피로함을 호소하는 남편과 공부하느라 지친 자녀 이야기까지 퍼져간다. 결국 모두 건강관리 잘하자는 염려와 덕담까지 주고받았다.

보험회사에서 영업하는지 다 알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김 FC에게 발언권이 생기게 되었다. 고객 사례도 이야기하고, 요즘 의료기술은 완치율이 높다는 말도 하며 친구들의 염려를 ‘보장을 통한 안심’으로 바꿔 줄 수 있었다. ‘보험의 니즈’가 의도치 않게 대화 속에 등장하게 된 셈이다. 김 FC는 이날의 모임 이후 몇몇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장’에 대한 이슈를 건네볼 수 있었다.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는 박 컨설턴트. 늘 화장품을 사주는 단골과 차 한잔 나누던 중 단골과 친한 지인을 우연히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됐다. 함께 대화하던 중 단골이 박 컨설턴트를 이렇게 소개한다.

“우리 나이에 피부 가꾸는 것 정도는 소확행 아니겠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얼굴에 최선을 다하는 그 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나는 박 컨설턴트를 자주 만나.”

고객은 지인에게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는 박 컨설턴트를 매일 아침, 저녁으로 얼굴에 최선을 다하는 그 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자주 만난다고 했다. 화장품 설명은 한마디도 안 했지만 지인은 ’맞아, 맞아“를 연발한다. [사진 pxhere]

고객은 지인에게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는 박 컨설턴트를 매일 아침, 저녁으로 얼굴에 최선을 다하는 그 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자주 만난다고 했다. 화장품 설명은 한마디도 안 했지만 지인은 ’맞아, 맞아“를 연발한다. [사진 pxhere]

판매하는 화장품이 얼마나 좋은지는 단 한마디도 안 했지만 그 지인은 “맞아, 맞아”를 연발한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 명함을 주고받고, 다음에 연락 나누고 만나기로 약속했다. 화장품을 바꿀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피부를 가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 분명 좋은 세일즈 진전이 일어나는 상담을 예견해 볼 수 있겠다.

공장 설비 부품을 납품하는 B2B 영업사원 나 대리. 기존 거래처가 있다며 한사코 제안을 받지 않으려던 업체 부장을 찾아갔는데 웬걸,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조심스레 인사하니 의외로 이런 이야기를 전한다.

“아, 나 대리 잘 왔어요. 설비에 자꾸 고장이 생겨서 요 며칠 차질이 너무 많았어요. 그 부품이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라서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고장이 나니까 여간 번거롭지 않네요. 그때 말한 부품 견적이랑 상세 안내서라도 받아봅시다.”

우리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 가격 경쟁력도 있고, 고장도 적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않더니 오늘이 아마 딱, 타이밍이 좋은 날이었나 보다. 견적과 제안서를 제출한다는 것은 그토록 기다리던 세일즈의 진전을 의미하니, 서둘러 사무실에 가서 메일 작성을 준비해야겠다.

세 사람은 모두 ‘운수 좋은 날’을 만났다. 계약을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여건을 우연히도 만났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세 사람은 공통으로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역시 세일즈는 ‘하늘의 운’이 필요한 일이야. 그래서 열심히 움직이고, 만나고, 기회를 접할 확률을 높여야 하나 보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훌륭한 세일즈 화법, 풍부한 제품 지식이 있다 해도 열심히 움직이고, 많이 만나고, 기회를 찾다 보면 확률적으로 좋은 세일즈 진전을 만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평범한 수준 이상의 실적을 내는 세일즈맨들은 어떻게 하는 걸까? 더 많은 활동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비슷한 활동을 하는데 유독 그에게 ‘기회’가 더 많이 생기는 까닭은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위 세 사람이 만난 ‘좋은 기회’를 다시 곰곰이 살펴보자. 평소와 고객과 세일즈맨의 ‘대화’ 속에는 ‘해결안’ 보다 ‘니즈’에 대한 주제가 더 큰 중심이다. 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보다는 나이 듦과 건강에 대한 염려가 주요 주제였다. 이 화장품이 다른 화장품보다 어떤 점이 좋은지보다, 피부를 가꾸는 행위 자체에 대한 만족감이 지인에게 단골이 던진 화두였다. 부품가격과 성능이 아니라 고장 나지 않는 공장 설비와 탈 없이 운영되는 공장이 부장님에게는 더 중요한 이슈였다.

‘보험의 필요성’은 고객의 니즈에 대한 대화로 볼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건강한 삶’에 대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솔루션’에 대한 주제이다. ‘좋은 화장품의 필요성’ 역시 마찬가지다. 화장품은 ‘나를 가꾸고 싶은’ 니즈, 혹은 ‘아름다워지고 싶은’ 니즈를 위한 하나의 해결안이다. [사진 pixabay]

‘보험의 필요성’은 고객의 니즈에 대한 대화로 볼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건강한 삶’에 대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솔루션’에 대한 주제이다. ‘좋은 화장품의 필요성’ 역시 마찬가지다. 화장품은 ‘나를 가꾸고 싶은’ 니즈, 혹은 ‘아름다워지고 싶은’ 니즈를 위한 하나의 해결안이다. [사진 pixabay]

세일즈맨은 늘 ‘우리 제품의 필요성’이 ‘니즈’에 대한 대화라고 생각하지만 고객은 그렇지 않다. 고객에게 ‘제품의 필요성’은 그냥 하나의 ‘해결안’일 뿐이다. 고객이 보다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려면 보다 넓은 본질적인 ‘니즈’에 대해 자극을 받아야 한다. ‘건강’이 중요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요구가 있고 ‘공장의 안정적 운영’이 중요함은 평소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세일즈맨 앞에서는 유독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니즈가 강하지 않으면 우리가 제시하는 솔루션은 그저 그렇게 나중에 생각해 볼 수도 있는 문제, 비교의 대상으로 치부되기에 십상이다.

‘보험의 필요성’은 고객의 니즈에 대한 대화로 볼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건강한 삶’에 대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솔루션’에 대한 주제이다. ‘좋은 화장품의 필요성’ 역시 마찬가지다. 화장품은 ‘나를 가꾸고 싶은’ 니즈, 혹은 ‘아름다워지고 싶은’ 니즈를 위한 하나의 해결안이다. ‘고장 나지 않는 부품’은 ‘공장에서의 생산설비의 안정적 가동’의 중요성을 얼마나 절실히 느끼는가에 따라 중요한 솔루션이 되기도 하고, 그냥 교체할 때가 되어야만 생각나는 아이템에 머무르기도 한다.

우연히 만나는 세일즈 기회도 분명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우연해 보이는 상황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고객의 니즈에 대한 대화를 ‘판매를 위한 제품 소개’처럼 진행하지 말고, 고객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좋은 대화로 진행해 본다면 어떨까?

고객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객의 니즈. 고객이 알고 있겠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세일즈는 이 니즈를 ‘강렬하게 느끼게’하는 것에서 승부가 난다. 그래야만 솔루션에 대한 진지한 검토로 이어지게 되고 그 진전에 세일즈맨의 역할이 있다.

자녀들에게, 직장 내 후배나 조직원들에게, 친구나 동료들에게, 회사 외부의 협력업체들에도 마찬가지다. ‘솔루션’을 설득하기 전에 그들의 ‘니즈’가 강화될 수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어떤 학원을 가야 할지 보다 학창시절의 경험이 왜 우리 삶에 중요한지 대화하고, 회의시간에 좋은 아이디어가 없느냐고 묻기보다 그 주제들이 직장생활에서 어떤 의미인지도 알려줘야 한다. 내가 원하는 설득을 위해서는 그 제안과 협상이 상대방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달해야 하지만, 그 전에 이 과정이 왜 의미가 있는지도 이해시켜야 한다.

우연히 찾아오는 기회, 그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마인드와 실력이 바로 세일즈맨의 실력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우연한 그 기회가 유독 나에게만 자주 찾아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SP&S 컨설팅 공동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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