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물무기 테러 대비 천연두 백신 대량 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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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최근 한 영국 회사에 4천만회분의 천연두 백신을 주문, 서방세계에 반대하는 테러분자들이 자신들의 투쟁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가 22일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계약액이 무려 3억4천300만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백신 주문은 생물학적인 방법을 사용한 테러 위협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우려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만약 4천만 회의 복용 분량인 이 천연두 바이러스가 살포되면, 현대의 발달된 교통수단에 의해 수일 내에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

영국 보건부는 지난해 모든 국민건강보험제도(NHS)가 적용되는 병원에 대해, 생물무기를 사용한 범죄집단, 또는 테러분자들의 지역내 주민 공격에 대비하도록 지시했다.

영국 정부는 이와 함께 정부 산하 생화학전 연구 센터인 포튼 다운에서 훈련을 받은 경찰 요원들로 이러한 사태에 주도적으로 대처할 전담반을 구성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영국 의학협회는 기술의 진보에 따라 화학무기보다 생물무기를 더 쉽게 만들 수 있게 됨으로써 범죄집단이나 테러분자들의 생물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위험성이 증대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40년 동안 세계에서는 생물 약제가 사용된 사건이 121건이나 발생했다. 6년 전 일본의 옴 진리교 테러분자들의 사린 가스 살포로 12명이 사망하고 5천여명이 부상한 사건은 전세계에 생물무기의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집중시켰다.

미국은 지난해 생물 및 화학 무기의 공격을 막기 위한 예산으로 14억 달러를 책정했다.

미국 정부가 주문한 백신은 이제는 사라진 질병인 천연두를 방지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천연두는 지난 80년 지구에서 사라졌고, 그 바이러스는 현재 미국과 러시아의 2개 연구소에만 비축돼 있다.

이 천연두 백신은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생물공학 회사 어캠비스(Acambis)사의 미국 자회사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고, 오는 2004년 중반께부터 애틀랜타에 있는 미 정부 질병통제센터에 납품될 예정이다.

이 회사의 한 대변인은 "현재 이 백신의 개발 및 허가 절차를 밟고 있지만 계약에 따라 우리가 이 백신을 누구에게든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때가 되면 영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정부에도 이를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관계 당국은 생물무기의 위협을 검토하기 위한 실무팀을 구성, 일부 지역에서 연습을 하는 한편 사용 가능성이 있는 생물무기의 목록을 작성하고, 이들 생물무기가 사용됐을 때의 피해 양상과 피해자 구조 방법 등의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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