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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안락사 합법화 파급 전망

중앙일보

입력

네덜란드가 11일(한국시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함으로써 안락사 허용 논쟁이 세계적으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네덜란드는 하원이 작년 11월 안락사 법안을 의결한데 이어 상원이 이날 46대21의 압도적인 표차로 승인, 수년간 비공식적으로 허용돼온 안락사를 합법화 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베아트릭스 여왕의 재가와 관보 게재 등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빠르면 올 여름부터 의사들이 안락사를 시행할 수있게 됐다.

이날 네덜란드 의회 건물 주변에서는 안락사를 반대하는 1만 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찬송가를 부르면서 항의 시위를 벌였으나 승인으로 결정이 나자 대세를 절감한듯 대부분이 집으로 돌아갔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안락사에 찬성, 이미 대세는 기운 상태였다.

현재 안락사는 스위스, 벨기에, 콜롬비아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묵인중이고 특히 벨기에는 안락사 법 초안에 합의, 의회에서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또 미국 오리건주는 의사가 자살을 돕도록 조건부로 허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의원들과 안락사 찬성론자들은 네덜란드의 안락사 합법화를 계기로 다른 나라에서도 이 논쟁이 가열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네덜란드 자발적 안락사협회'(DVES)의 롭 종키에르전무이사는 "27년만에 안락사 캠페인을 성공시켜 기쁘다"면서 "다른 나라의 자매단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DVES의 자콥 콘스탐 회장은 상원 투표에 앞서 영국, 프랑스,벨기에,호주,미국 등의 지지자들로부터 수많은 격려 서한과 e-메일을 받았다고 말하고 "이제 우리가 처음으로 문을 열었기 때문에 다음번 타자는 자랑스러울 것도 수치스러울 것도 없다" 며 "아마도 25년내에 상당수 국가들이 안락사를 허용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영국은 일부 의사들이 너무 엄격한 현 안락사 금지법을 완화하는데 찬성하고 있고 자유당은 왕립 위원회에 이 문제를 검토해줄 것을 촉구했다.

의사들은 상당수가 회복가망이 없는 환자에 대해 치료를 보류.중지하는 이른바 `수동적 안락사'는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계 대부분은 의사가 독약 투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환자의 자살을 돕는 `능동적 안락사'에는 반대를 표시했다.

영국의학협회(BMA)는 작년 7월에 시작한 수동적 안락사에 대한 여론수집 작업이 오는 10월 끝나는 대로 이에 대한 지침을 만들 계획이다.

네덜란드의 안락사 합법화에 대한 초기 해외 반응은 그러나 일단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유리 셰브첸코 러시아 보건장관은 RTR 국영 TV와의 회견에서 "안락사 합법화는 남용여지가 너무 크다"고 지적하고 "일정한 재산과 주택을 가진 병든 노인을 죽게 만든다는 것은 큰 죄악"이라고 개탄했다.

또 미국 일리노이주의 `아직 죽지않았다'는 장애인 권익옹호 단체는 성명에서 "문제의 네덜란드 법은 최근 수년간에 걸쳐 가장 무자비하고 부주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폴란드의 타데우스 피로넥 주교는 "안락사는 일단 한번 허용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원치 않는 사람과 장애인이 안락사 대상에 포함되게 된다" 강력히 반대했다.

각국이 사정에 따라 안락사 허용여부가 결정되겠지만 어쨌든 네덜란드의 안락사 합법화는 전 세계에 안락사 논쟁 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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