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무기력한 제1야당…주호영 "장외투쟁 고민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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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회 각 상임위에서 부동산법 11개를 일방 처리하는 등 '폭주'에 나서자 미래통합당은 29일 원내ㆍ외 병행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내ㆍ외 투쟁을 병행하되 장외 투쟁의 방법은 구체적으로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세 3법, 임대차 3법 등을 전혀 막아내지 못하는 등 무기력함을 그대로 드러내자 나름의 돌파구를 투쟁 방식 변경에서 찾아보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열린 통합당 의원총회에서는 민주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끝이 어떻게 될 거라고 확신하지만, 그사이 야기되는 국민 피해는 어떻게 하냐”며 “최소한 이렇게는 안 할 거라고 한 것마저도 무시하고 토론 기회도 안 주고 밀어붙이는데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176석 거여(巨與)의 위력을 체감하면서 의총장 분위기는 “원내·외를 막론하고 투쟁하자”는 쪽으로 모였다.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현수막을 걸든지, 지역위원회별 소규모 집회라도 열자. 원내ㆍ원외 위원장 전체회의라도 해서 결심하고 행동하는 순서만 남았다”(홍문표 의원),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4년 임기에 집착할 이유가 뭐 있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걸 걸고 투쟁해야 할 시기가 시작됐다”(조해진 의원) 등의 주장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유니온을 위한 제1차 토론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유니온을 위한 제1차 토론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재한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원내ㆍ외 병행 투쟁 주장이 나왔다. 정진석 의원이 “원내에서만 모든 일을 하려다 보니 민주당이 원내에서 막아버리면 우리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도 “저들은 정치공작ㆍ국정농단을 서슴지 않는다. 권력이 국민에 맞서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는 투쟁을 시작하자”고 적었다.

김 위원장도 “원내에서 풀어내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대중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오전 기자들과 만나 “원내에서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다수의 횡포를 통해 법안도 제대로 심의 안 한다면 다른 방법이 없다. 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 자연적으로 원 밖에 야당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건 상식적인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장외투쟁 방식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20대 국회에서 장외집회를 남발하며 아스팔트 우파와 동조 현상이 나타나, 결과적으로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는 진단이 당 내부에 적지 않다. 통합당의 한 중진의원은 “과거 광화문 집회처럼 하지 말자는 데 대해서는 내부 공감대가 있어 지도부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심 중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합당 의원도 “집회나 농성 같은 형식이 아니라 좀 덜 비호감이면서 더 세련된 방식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강연, SNS 활용 등 온갖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통합당은 30일 오전 의총에서 원외 투쟁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28일 국토위, 29일 법사위 등에서 민주당이 표결에 들어가자 통합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상황을 두고 “오히려 대국민 홍보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상임위보다 좋은 홍보의 장(場)이 있느냐”(초선의원)는 의문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석수가 적어도 상임위에서 증거나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제압하는 방법을 써야하는데 그런 역량이 부족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영익ㆍ윤정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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