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 한명이라도"… 아름다운 학교 줄이어

중앙일보

입력

단 한명의 장애학생을 위해 시설을 뜯어고친 ‘사랑의 학교’는 또 있었다.

경기도 구리시 교문2동의 백문초등학교(교장 洪尙鎬). 경기도 파주 삼광중과 서울 중계중 ·제주대에 못지않은 정성을 올해 입학한 코흘리개를 위해 쏟은 학교다.

장애학생에 무심하던 일선 학교의 태도가 바뀌어가고 있음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이들 학교의 따뜻한 '더불어 살기'는 장애학생을 가진 전국의 다른 학교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 7세 신입생에 쏟은 정성〓백문초등학교는 척추성 근위축증 환자인 金서연(7)양이 입학한다는 소식에 지난 2월부터 바삐 움직였다.

"개교 8년 만에 처음 입학하는 장애 학생이 어떤 불편도 느끼지 않도록 하자" 는 선생님들의 다짐이 있었다.

1층에 장애인용 화장실을 만들고, 출입구 계단에 철판을 깔았다. 金양의 휠체어가 잘 드나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실도 현관과 화장실에 가까운 곳에 배치했고 널찍한 특수책상도 마련했다.

金양의 담임을 자청한 황재숙(黃在淑.49.여)교사는 쉬는 시간마다 서연이의 근육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간단한 체조를 시킨다.

매시간 金양의 수업 준비물을 대신 챙겨주는 짝궁 金명규(7)군은 "불편하지 않게 해주려고 다들 도와준다" 고 말했다.

◇ 번지는 장애학생 사랑〓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원중(교장 金次英)은 11일 4층짜리 학교 건물 모든 층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혜림(李惠林.15.3년)양과 정동균(鄭東均.14.2년)군을 위해 지난해 만들었던 간이 화장실을 전층으로 확대하고 세면시설까지 갖춘 전용 화장실로 개조하기로 한 것.

이 학교는 1985년 개교 때부터 장애인용 경사로를 모든 층에 설치했었다.

강남교육청은 지난해 관내 24개 학교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만들어줬고 올해에도 18개 학교에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경기도 안성의 개산초등학교는 다음달부터 경사로.장애인용 화장실 등을 단계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언젠가 들어올 장애 학생을 위해서다.

1층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갖춘 서울 강서구 염창초등학교는 지난달 교내에 장애인용 휠체어를 비치했고, 7월 말 완공될 신축 건물에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도 설치한다.

◇ "장애인 배려 학교에서부터" 〓이화여대 특수교육학과 박은혜(朴恩惠)교수는 "학교의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은 교육기회 균등은 물론 생존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 말한다.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을 위한 첫 관문인 학교에서부터 배려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장애인 편의시설 촉진 시민연대' 의 배융호(裵隆昊)연구실장은 "98년 4월 이전에 지은 학교는 장애인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아 대부분 장애학생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며 "시설을 고치기 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한 때" 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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