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자녀… 엄마의 리더십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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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앞에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좀처럼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이, 공부하라는 엄마 말은 뒷전이고 친구들과 놀기 바쁜 아이, 학원을 밥 먹듯이 빼먹는 아이, 엄마 말 한마디에 풀이 죽어 시무룩한 아이….

엄마 맘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서 잔소리는 늘어만 가고 '멋진 엄마' 가 되긴 점점 어려워진다.

게다가 영재 교육이니, 창의력 교육이니, 영어 이민이니 하는 등쌀에 혹시 우리 아이만 뒤떨어지는 건 아닐까, 내가 교육을 잘 하고 있는 걸까 점점 불안해지기까지 한다.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두 자녀를 둔 주부 이은숙(40.경기도 고양시 일산동)씨는 공부를 도와줄 때도 일방적으로 지시하기 보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만큼 실천했는지를 확인하는 식이다.

물론 실천하지 못했을 때는 엄하게 꾸짖는다. 여행 계획을 짤 때도 지역만 정해주고 여행할 구체적인 장소나 기간, 비용이나 숙소까지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해서 부모님과 상의하도록 한다.

이씨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할 때 학습 효과가 더 높아지기 때문.

이씨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생활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서 능력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고 싶다" 고 말한다.

● '희망사항 접고 아이 믿기부터'…스스로 결정·책임지게 해야
아이가 계획만큼 실천했는지는 반드시 확인

최근 '멋진 엄마에겐 리더십이 있다' (세손교육)를 펴낸 성균관대 시스템 경영학부 신완선 교수는 "자식을 기르는 엄마도 기업인이나 정치인만큼 리더십이 중요하다" 며 "자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냥 이 학원 저 학원을 전전하게 하고 먹을 것, 입을 것을 주는 것만으로 엄마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고 지적한다.

신교수가 주장하는 리더십의 가장 큰 요건은 엄마가 아이에게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

하지만 구체적인 직업이나 엄마의 희망사항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이에 대해 끝없는 믿음을 갖고 존중함으로써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그 실체. 다른 엄마가 한다고 해서 따라하기보다 자신의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나름대로 고수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 구체적인 예로 아인슈타인과 빌 게이츠 등 세계적인 인물의 뒤편엔 아이를 존중하고 믿음으로 이끌어준 어머니가 있었음을 들고 있다.

아인슈타인에게는 지적능력이 떨어진다는 판정을 받은 아들에게 지속적인 음악교육을 시켜서 음악 속에서 수학의 원리를 발견하고, 참을성 있게 공부하는 법을 깨치도록 한 열성파 엄마가 있었다.

또 빌 게이츠에게는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빌 게이츠에게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본 어머니가 있었다.

하지만 무조건 중요한 결정을 아이들에게 맡기고 스스로 잘해갈 거라고 믿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다.

우선 아이가 어떤 기질을 갖고 있는 지 파악해 여기에 알맞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재능은 없지만 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방향을 잘 정해주고
▶재능도 없고 하려는 의지도 없으면 적극적인 엄마가 돼야 하고
▶재능은 있지만 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함께 해주는 엄마가 돼야 하고
▶재능이 있고 하려는 의지도 있는 아이에게는 조용해 후원해 주는 엄마가 필요하다.

신교수는 또 엄마가 나름대로 비전을 갖고 아이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 "아빠가 엄마의 결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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