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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못 자라고, 벼 수확도 줄어든다…2100년 온난화 암울한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금과 같은 정도로 탄소배출을 계속한다면, 기후변화로 인해 2100년 우리나라에서는 사과나무가 자라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28일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펴냈다. 연합뉴스

지금과 같은 정도로 탄소배출을 계속한다면, 기후변화로 인해 2100년 우리나라에서는 사과나무가 자라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28일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펴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인해 2100년의 대한민국에서는 사과나무가 자라지 못할 수도 있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논문 1900여편을 분석해 공동으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를 28일 펴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은 탄소배출량 감축 정도에 따라 적게는 1.9도, 많게는 5.2도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기존에 예측치였던 기온 상승 폭 1.3도~3.7도보다 더 많이 오를 것으로 예측됐고, 미래에 온난화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해수면 온도는 2100년까지 적게는 1.4도, 많게는 3.7도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해수면은 지금보다 적게는 52㎝, 많게는 91㎝ 높아진다.

2050년 이후 여름철에는 북극의 얼음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보고서는 “탄소배출을 지금 수준으로 지속한다면, 2100년엔 남극 바다에 떠 있는 해빙도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100년엔 사과 못 자라고, 강원도에서 귤 자란다

전남 해남군 북평면 바나나 비닐하우스에서 농민 신용식씨 부부가 가지에 달린 바나나를 손질하고 있다. 해남-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해남군 북평면 바나나 비닐하우스에서 농민 신용식씨 부부가 가지에 달린 바나나를 손질하고 있다. 해남-프리랜서 장정필

한국은 지금 수준으로 탄소배출이 지속될 경우 2100년까지 평균기온이 4.7도 오른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는 사과가 자라지 않는다. 감귤은 강원도까지 재배가 가능해지고, 제주도는 기온이 지나치게 높아져 귤의 한 종류인 온주밀감이 자라지 못할 정도가 된다.

농작물도 수확이 크게 줄어든다. 벼는 25%, 고추는 89% 수확량이 사라진다. 여름에 나던 옥수수는 10~20%, 감자도 30% 이상 줄어든다. 반면 양파는 생산량이 127~157%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여러 시나리오 중 중간 수준의 탄소배출량 감축을 할 경우(RCP4.5)에도 2.9도 더워진다. 현재 연 10.1일인 폭염일수는 35.5일로 3배 넘게 늘어난다.

평균 기온이 1℃ 높아질 때마다 벌레와 감염병도 늘어난다. 1℃마다 쯔쯔가무시병은 4.27%, 말라리아는 9.52~20.8% 늘어난다. 살모넬라(47.8%), 비브리오장염(19.2%), 황색포도상구균(5.1%) 등에 의한 식중독도 늘어난다.

각종 감염병의 매개가 되는 모기는 27% 늘어나고, 갈색날개 매미충, 등검은말벌, 진드기 등 곤충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관측된 것만 해도 4년간 얼룩날개 모기는 4배, 흰줄숲모기는 3.3배 늘어났다.

30년 동안 해수면 8.7㎝↑

양양 인구해변 인근 방파제 위에서 관광객들이 강한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들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양 인구해변 인근 방파제 위에서 관광객들이 강한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들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는 대기를 벗어나 바다, 생태계에도 뚜렷한 변화를 가져온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주변의 바다 표면 수온은 해마다 0.024도 올랐다. 30년 동안 0.72도 오른 셈이다. 해수면은 해마다 2.9㎜, 30년 동안 8.7㎝ 높아졌다.

보고서는 “한국 주변의 해양 변화는 전 지구 평균보다 빠르고, 특히 동해‧제주도의 해수면 상승률이 높았다”며 “수온 양극화, 극한 수온, 동해 연안 용승 등 극한 현상도 점점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높아진 해수 온도는 바닷물을 산성화시킨다. 삼치‧방어, 전갱이, 정어리, 살오징어 등 북상 어종이 늘어나고, 참가리비 양식의 남방한계선도 강원 북부해역까지 올라가는 등 어종 변화도 뚜렷하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는 해양생태계의 장기 변화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진한 점이 한계다.

온실가스, 산림은 흡수하고 농사는 뿜는다

나무는 온실가스를 줄이지만, 같은 식물이라도 농작물은 온실가스를 늘린다. 보고서는 “대기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인구증가에 따른 급격한 농업생산량 증가가 원인”이라며 “국내에서도 벼‧보리 경작지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뿜어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물을 대는 관개 과정에서 아산화질소가 방출되기 때문에 논도 온실가스를 뿜어낸다. 다만 사과 과수원 등 나무 농사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목재 자급을 위한 벌채량이 증가하고, 삼림이 나이가 들고, 산불‧질병 등으로 삼림 면적이 줄어들면서 이산화탄소 흡수가 줄어든다. 보고서는 “산림생태계는 인간으로 인해 생겨난 인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3%를 흡수한다”며 “앞으로 국내 산림이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이번 보고서의 기초가 된 '전지구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서 미래의 사회경제구조 변화상을 반영해 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환경부는 하반기에 수립 예정인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21∼2025)’ 등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 이번 연구결과를 활용할 예정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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