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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텔링]日 CEO 145명 중 56% "코로나 회복에 2년 넘게 걸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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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는 일본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충격을 딛고 회복되는 데는 2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빨라도 2022년에야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경제(日經ㆍ닛케이)신문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일본 주요 기업 145곳의 최고경영자(CEO) 및 회장ㆍ사장 등에게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2년 이상이 걸린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닛케이의 질문은 '사업 환경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얼마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가'였다. 답변으로 가늠한 전망은 암울했다. 응답자의 38%가 '2년'을 예상했고, '3년'이라 답한 비율은 13.3%였다. '4년' 또는 '5년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도 각각 0.9%였다. 절반 이상(53.1%)이 최소 2년은 있어야 코로나19 극복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내년 7월로 미뤄진 도쿄 여름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린다고 해도 경기 회복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거란 체념이 읽힌다. 심지어 응답자의 2.7%는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정치 중립적인 일본의 경제전문 권위지 닛케이신문이 지난 2일자에서 일본 정부의 코로나 검사 태세를 정면으로 비판한 지면. 1면 톱이다.  서승욱 도쿄총국장

정치 중립적인 일본의 경제전문 권위지 닛케이신문이 지난 2일자에서 일본 정부의 코로나 검사 태세를 정면으로 비판한 지면. 1면 톱이다. 서승욱 도쿄총국장

물론 긍정적 답변도 있었다. '1년' 정도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본 사람이 33.5%였다. 응답자의 8%는 '반년 이내'라고 답했다.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 이상으로 회복했다”(2.7%)는 답변도 있었다.

도시바의 구루마타니 노부아키(車谷暢昭) 사장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려면 2~3년은 걸릴 것”이라며 “50년 만기의 장기 국채를 발행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안전망을 마련해둬야 한다는 취지다.

日 기업 95.2%가 재택근무 중

지난 26일 825명이 환자가 새로 발생하는 등 닷새째 일일 신규 확진자가 700명 이상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 위기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일본 기업인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의 뉴노멀(new normal)을 고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근무 방식의 혁신이 그중 하나다. 일본은 '도장 문화' 사회다. 여전히 도장을 찍어 결재하고, 출퇴근을 확인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뒤에도 재택근무 채택률이 낮은 국가로 꼽혔다. 지난 4월 구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에선 직장 출근이 38% 줄었지만 같은 기간 일본은 9% 감소에 그쳤다.

코로나19 이후, 사무실은 어떻게 변화할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이후, 사무실은 어떻게 변화할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4월 이후 일본에서도 재택근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닛케이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경제 봉쇄 정책 등으로 인해 이미 95.2%의 기업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제2확산에 따른 대비 태세를 묻는 질문에 기업인 87.6%가 “재택근무가 가능한 체제 만들기”라고 답했다. '현금 쌓아두기'(33.1%)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재택근무가 확대되며 설문에 응한 기업인의 37.9%가 사무실 면적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유 사무실을 활용하는 기업도 34.5%나 됐다.

감염병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변화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는 않다. 닛케이는 재택근무에 대한 기업인들의 고민으로 “대면이 필수적이 업무 처리가 어렵다”(75.2%, 복수응답)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이 힘들다”(70.3%), “성과 평가가 어렵다”(58.6%)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변화는 피할 수 없다는 게 일본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이뤄진 공감대(컨센서스)다. 아사히 그룹 홀딩스의 고오지 아키요시 사장은 닛케이에 “어떤 위기에도 사업을 존속시키고, 고용을 지킬 끈기를 가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인들의 말말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일본 기업인들의 말말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위기가 기회일 수도…교통비 지원 절약 

재택근무는 경영진엔 기회일 수도 있다. 일본의 교통비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때문에 일본의 주요 기업은 근로자들에게 매달 약 5만엔(약 56만원)에 달하는 출퇴근비를 지원한다.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 이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코로나19 확산세를 진정시키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다. 산토리 홀딩스의 니이나미 다케시(新浪剛史) 사장은 닛케이에 “정부는 감염 확대 방지와 경제 부흥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으면서, 동시에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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