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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복근 만들려고 운동했는데 오히려 살이 찐다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80) 

아는 동생이 어깨가 아프다며 한의원에 치료차 왔다. 몇 년 만에 만나니 몰라보게 살도 빠졌고, 뭔가 스타일이 달라 보였다. 전에 만났을 때는 다이어트 치료를 할 정도였는데 이제 네가 다이어트 모델을 해야겠다고 했더니 안 그래도 진짜 모델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폭식으로 살이 쪘다가 어느 순간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식단과 운동을 병행해서 늘씬하고 탄탄한 몸매가 된 후 모델 일을 시작했는데 본인은 그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운동을 너무 많이 한 탓에 어깨 부상이 있긴 했지만 침과 추나요법으로 치료하고 나니 많이 나아졌다.

치료받으며 그 동생이 나에게 “형님도 도전을 좋아하시니 모델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요? 한 달 반 뒤에 모델대회가 있거든요. 마침 이번에 시니어 모델 부분이 있어요. 거기 도전해 보세요”라고 한다. ‘시니어 모델에 나가보라고? 그런 곳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들이 인생 2모작이나 3모작을 위해서 서는 무대 아냐?’ 아니나 다를까 눈치 빠른 동생이 말한다. “형님, 시니어 모델은 만 45세부터랍니다. 그리고 연세가 있는 분들도 모델 일을 하고 있지만, 시니어라도 몸을 만들어서 나오면 모델로서 더 좋은 거 아닐까요. 디자이너들이 시니어 모델에게 옷을 입힐 때 배가 나온 탓에 한계가 있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처음에는 말 그대로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어차피 한 번 하는 거 좋아하는 운동에 매진해 보고 몸에 대한 기록을 남겨 보자는 마음이었다. [사진 박용환]

처음에는 말 그대로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어차피 한 번 하는 거 좋아하는 운동에 매진해 보고 몸에 대한 기록을 남겨 보자는 마음이었다. [사진 박용환]

아, 시니어의 기준이 45세라니…. 나이야 어쨌든 솔직히 모델 활동을 할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정확하게는 끼가 모자란 사람이 쟁쟁한 사람들과 무대에서 겨루는 것이 부끄러운 면도 있고, 옷을 사 모으는 사람도 아니고, 여러 이유로 모델이라니….

그래도 몸을 만들어본다는 것은 솔깃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중에 경험하고 보니 참 잘한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말 그대로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어차피 한 번 하는 거 좋아하는 운동에 매진해 보고 몸에 대한 기록을 남겨 보자는 마음이었다. 결국은 모델 대회까지 진행하게 되었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2주가 연기되어 거의 두 달을 꽉 채우고 무대가 개최되었다. 이것이 이번 몸 프로젝트가 시작된 계기다.

체지방률이 15% 이하가 되어야 복근이 희미하게 나타난다. 10% 내외가 되어야 선명하게 드러나며,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8% 이내로 유지하면서 대회 당시에는 5% 아래로 떨어뜨린다고 한다.

체지방률이 15% 이하가 되어야 복근이 희미하게 나타난다. 10% 내외가 되어야 선명하게 드러나며,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8% 이내로 유지하면서 대회 당시에는 5% 아래로 떨어뜨린다고 한다.

이 동생이 나에게 건 조건은 딱 하나였다. ‘복근’만 만들어 달라는 것. 까짓거 하면 되지 뭐. 그런데 문제가 딱 하나 있다. 당시로써는 6주, 결국은 8주 채 안 되는 기간이 되었지만 어쨌든 두 달 만에 만들어야 한다! 평소에 운동도 꾸준하게는 하고, 식단관리야 의지로 하면 되겠고, 평소에 환자분들 다이어트 치료를 하면서 방법은 다 아니까. 무엇보다 나에겐 한약도 있고, 영양제 처방도 하고 있었으니 보조요법들까지 준비는 언제나 되어 있다. 남은 건 체지방을 태울 시간.

복근을 만드는 건 체지방을 줄여야 한다. 체지방률이 15% 이하가 되어야 복근이 희미하게 나타난다. 10% 내외가 되어야 선명하게 드러나며,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8% 이내로 유지하면서 대회 당시에는 5% 아래로 떨어뜨린다고 한다. 물론, 이런 정도의 체지방량이 꼭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정상적인 정도의 체지방이 있어야 더 건강한데, 이 정도까지 무리하게 빼면 지방이 모자라서 생기는 문제들이 발생한다. 면역문제도 생기고, 대사이상, 기운이 빠지는 등 여러 가지로 드러난다.

10% 까지야 어떻게든 가보겠다고 결심하고 기왕에 해 보는 것 할 수 있는 데까지 빼보기로 마음먹는다. 체성분과 세포수분을 체크하니 체지방률 19%에 수분대사는 정상적으로 나왔다. 체지방률이 생각보다 높게 나와서 평소에 진짜 많이 먹고 다니긴 했나보다 하고 반성의 시간을 잠시 가져본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한의원에 내원하면 진료할 때 체중을 줄이고 싶은 건지, 몸매를 만들고 싶은 건지를 먼저 확인한다. [사진 pexels]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한의원에 내원하면 진료할 때 체중을 줄이고 싶은 건지, 몸매를 만들고 싶은 건지를 먼저 확인한다. [사진 pexels]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체중은 식단조절을 통해서 빼는 것이고, 몸매는 운동을 통해서 다듬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함께 하는 것이 금상첨화겠지만, 어쨌든 이 둘에 대해서 잘 구분을 하고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것이 좋다. 간혹 ‘운동하면 살이 빠지지 않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 더욱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운동하면 살이 빠질 수도 있지만, 찌는 경우도 많다. 운동해서 살이 빠지려면 하루에 일반적인 백반 세끼를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아마도 최소 4시간 이상을 매일 운동선수만큼 하면 빠질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다. 아마 운동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운동하면 오히려 살이 더 잘 찐다는 것을. 정확하게는 근육도 그만큼 늘기 때문에 어쨌든 전체적인 체중 면에서 보면 늘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운동하면 식욕도 늘고, 흡수도 늘어나고, 대사도 잘 되어서 팍팍 찔 수도 있다.

‘운동하면 살이 빠지지 않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운동하면 살이 빠질 수도 있지만, 찌는 경우도 많다.[사진 pexels]

‘운동하면 살이 빠지지 않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운동하면 살이 빠질 수도 있지만, 찌는 경우도 많다.[사진 pexels]

운동으로 체중을 줄인다는 사람을 주변에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면? 그 사람에게 물어보라. 당연히 식단을 병행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질병이 있을 것이니 한의원이나 병원에 가서 체크해 봐야 한다. 그러니, 체중 감량을 하려면 무엇부터? 당연히 식단부터다. 간단한 1차적인 결론은, 체중 감량은 식단, 몸매는 운동이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몸매로 보이고 싶은지, 날씬하고 날렵하게 보이고 싶은지 기준을 잡으려면 이런 조건을 알아두면 방향을 정할 때 도움이 된다. 남자와 여자가 바라는 체중과 몸매가 다르며, 20대와 30대, 40대, 50대 이상이 생각하는 다이어트와 목표 결과가 다르고, 일반인과 선수 및 모델, 연예인 같은 특수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가 또 다르다. 치료한다면 개인마다 다른 솔루션을 제시하겠지만, 지면상에서는 일반적인 사람이 어느 정도의 평균적인 다이어트를 할 때를 가정하고 이야기를 지속할 생각이다.

자, 여기서 퀴즈. 그러면, 복근을 만드는 데는 식단이 중요할까 운동이 중요할까? 만약 장기간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거나, 운동량이 선수급이라면 운동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복근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속에 있는 근육을 바깥으로 내보이는 작업이다. 그래서 체지방을 걷어 내서 저기 안쪽 깊은 곳에 숨겨진 것을 찾아야 한다. 운동으로 열심히 복부의 근육을 자극해서 키우고 또 키워봐야 커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나마 뱃살이라고 부르는 바깥층 지방이 버티고 있으면 바깥으로 나오지도 않는다. 복근을 드러내는 데는 식단으로 체중 감량을 하면서 지방을 없애는 것이 순서다. 물론 복근운동들을 해 주면 훨씬 더 빨리, 제대로, 확실하게 만들 수 있다. 근육의 알을 만들어주면 자리를 딱 잡는다. 운동이 필요 없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원리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본이론은 이 정도면 되었고, 이제 체중 감량을 하면서 면역도 나빠지지 않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면역력이 더 좋아지면서 체지방은 분해하는 이상적인 다이어트에 돌입하도록 하겠다.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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