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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면역력 업 혈관은 클린…입냄새까지 잡는 이 식품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79)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반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커졌다. 특히 평소에 면역력을 키워 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느낀 사람들이 한의원의 처방약이나 한약재인 약초가 포함된 영양제, 건강기능식품에 열광하고 있다. 서양에서도 약초가 많이 알려지고 연구돼 한국과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도 상당하다.

한약 처방은 전문가인 한의사로부터 개인 맞춤형으로 처방을 받아야 하지만, 몇 가지 유명한 약초는 식품처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해 면역관리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그중에서 생강은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한국의 생강이 약효가 좋아서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서양에서는 생강하면 인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기회에 코리안 생강도 더 알려지길 기대해 본다. 코로나 사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국의 약초와 한의학의 힘이 세계로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건강이라는 키워드에 한의학이 끼칠 영향이 더 커질 것 같다.

한국의 생강이 약효과 좋아서 수출품목으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사진 pixabay]

한국의 생강이 약효과 좋아서 수출품목으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사진 pixabay]

생강이 면역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알싸하면서 쌉싸름한 매운맛 때문이다. 이 맛에 들어 있는 성분은 진저롤, 쇼가올 같은 항산화 성분으로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특히 열을 가하면 이 성분의 효과가 10배나 강해진다. 그래서 생강을 따뜻하게 해서 먹으면 체온이 올라간다. 체온 1도가 면역력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현대인의 생활은 체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많다. 과로, 수면부족, 스트레스, 찬 음식, 과식, 긴장으로 인한 교감신경항진 등 이런 행위 모두 체온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식단에는 체온을 조금 올려주는 음식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체온을 살짝 올려주어 항상성을 유지해주면 그만큼 백혈구라든지 면역세포가 활성화하고 면역력도 따라 좋아진다. 감기에 생강차라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공식이다. 특히 찬 바람이 불 때 체온이 떨어져서 생긴 한성감기에는 생강차가 정말 좋다. 하지만 열성감기일 때는 열을 올려주는 생강차가 도리어 안 좋을 수 있으니 감기 증상이라고 해서 무작정 생강차를 마실 일은 아니다. 약초는 가지고 있는 성질이 제각각 다르고, 사람에게 나타나는 증상도 각기 다르다. 그러니 어떤 질병에 무슨 약초 이런 식으로 외우고 적용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1차적으로 몸에 나타나는 한증(차가움), 열증(뜨거움) 증상만 구별해도 위험한 것을 구분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찬 바람이 불 때 체온이 떨어져서 생긴 한성감기에는 생강차가 정말 좋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찬 바람이 불 때 체온이 떨어져서 생긴 한성감기에는 생강차가 정말 좋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열성감기일 때 생강을 쓸 수 있는 때가 있는데, 그때는 생강 자체를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강 껍질만 따로 쓴다. 생강의 속은 뜨겁지만, 생강껍질은 시원한 성질의 약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강은 쓰는 부위를 달리할 수 있고, 또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서도 약성이 다르다. 밭에서 캔 생것을 생강이라고 한다면, 그대로 말린 것을 건강, 껍질을 까서 말린 것을 백강, 생강을 구워서 말린 것을 포강, 그리고 생강껍질인 생강피 이렇게 구분할 수 있다.

생강 자체는 감기, 특히 폐 호흡기 질환이 있을 때 겉의 열을 살짝 내서 땀을 빼 주고 체온을 올려서 치료할 수 있는 약성을 지니고 있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해표약, 즉 겉을 풀어주는 약초의 성질이라고 부른다. 이런 생강을 말리고, 굽고 하면 성질이 더 뜨거워지는데 건강, 백강, 포강은 속을 데우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풍습성 관절염, 심혈관계 질환, 당뇨, 만성 소화불량, 수족냉증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생강피는 만성위염, 역류성 식도염, 열성 염증성 질환이지만 순환작용이 필요할 때 응용한다.

생강의 또 다른 작용은 혈액을 맑게 해서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다.[사진 pexels]

생강의 또 다른 작용은 혈액을 맑게 해서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다.[사진 pexels]

생강의 효능 중에 체온을 올리는 것 외에 또 하나 강력한 작용은 혈액을 맑게 해서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다. 해독 작용을 통해 혈액을 맑게 만들기 때문에 혈관청소부라는 별명이 있다. 혈액순환을 도와 말초혈관까지 확장해주는 기능이 있어서 수족냉증 치료라든지, 뇌 기능을 높이고, 소화기에 좋은 작용이 있다.

손발이 차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권하는 차가 있다. 생강과 홍차를 함께 넣어 만든 생강 홍차, 혹은 홍차 생강차다. 녹차가 항산화 성분이 좋지만 찬 성질 때문에 자칫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래서 홍차로 마시는데 그래도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 이것을 생강의 따뜻한 성질과 위장을 보호하는 기능을 더하고 말초혈액순환을 도와 수족냉증을 앓는 이들에게 정말 좋은 약차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레몬이나 유자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즙을 넣거나 편을 썰어서 조금만 더해주면 풍미도 굉장히 좋은 약차가 된다.

생강이 말초혈액순환을 좋게 해 주기 때문에 생기는 아이러니한 문제가 있다. 너무 기능이 좋다 보면 조심해야 할 경우도 있는 법이다. 말초혈액순환을 돕고 인슐린을 도와 혈당조절 작용을 해 당뇨 치료에 좋다는 연구보고들이 많지만 이미 혈당강하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저혈당 증상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뇨 치료를 처음부터 한의학으로 진행하면 별문제 없이 관리할 수 있는데, 이미 혈당강하제를 오랫동안 먹어 왔다면 한방 당뇨 치료를 할 때 혈당 체크를 신중하게 하면서 치료하는 의사와 밀접한 상담이 필요하다. 생강 하나의 작용만으로 미국 같은 곳에서는 주의사항을 권고하는데, 한약의 우수한 당뇨 치료성분이 합해지면 더 신중히 해야 한다.

또 평소 아스피린, 헤파린, 와파린, 이부프로펜계 소염진통제, 펜부로쿠몬 성분 등의 양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도 조심하라고 권한다. 마찬가지로 생강의 혈액순환기능이 뛰어나다 보니 자칫 지혈이 잘 안 되거나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처방 한의사와 잘 상의하고 양방 검진을 신중하게 받으면서 나의 혈액순환 기능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지혜가 있어야 하겠다.

또 치질 환자는 혈관이 확장되면 도리어 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다른 곳에 비해 아래에 있으면서 압력을 강하게 받아 혈액이 심하게 몰리다 보니 이곳에 혈관 확장이 잘 못 되면 안 된다. 또한 치질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2주 정도 전부터는 주의하는 편이 좋다. 생강뿐만 아니라 한약초 대부분이 혈액을 맑게 해서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다 보니 도리어 지혈이 힘들 수 있을 것을 염려할 때가 있다.

생강은 위장과 대장 질환에 상당히 도움이 되긴 하지만 열성이 심한 위궤양, 위산과다 증상이 있다면 신중하게 쓰거나 생강피를 써야 한다. 위궤양, 위산과다 환자가 생강차를 먹고 난 다음에 속이 더 쓰리다면 중단하거나 생강피만 달여 마시거나 해야 한다. 물론 이럴 때는 궤양, 역류성 식도염을 치료하는 다른 한약으로 치료하면 되기 때문에 꼭 생강을 고집할 이유가 전혀 없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기능이 더해지니 통증을 제어하는 효능이 참 좋다. 한의학 처방 중에서 진통, 특히 풍습성 관절염, 한성 류머티스 등에 생강을 꼭 활용하게 된다. 생강을 복용해서 통증을 줄이기도 하지만, 생강을 다져서 찜질을 해도 좋은 작용을 한다. 생강을 썰어 그 위에 뜸을 뜨거나, 생강가루를 뭉치거나 고처럼 만들어서 뜨거운 찜질을 해도 좋다. 생강 목욕도 좋은 방법이다.

생강차가 구취를 줄여주기도 한다.[사진 pixabay]

생강차가 구취를 줄여주기도 한다.[사진 pixabay]

작은 작용이지만 입 냄새를 줄여준다. 평소에 구취가 있는 사람에게 생강차 달인 것을 입에 머금고 있게 했더니, 입 냄새가 사라지는 실험결과가 많다. 생강이 위장을 편하게 만들어서 식적담, 담적을 없애는 기능도 있으니 먹어서도 구취에 좋은데, 생강 특유의 향 성분이 입 냄새와 결합해서 없어지게 만든다.

지금까지 좋은 작용과 주의할 작용을 두루 설명했는데, 특별한 알레르기가 있지 않은 이상 주의 사항은 대부분 작용이 좋아서 생기는 효과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좋은 효과를 잘 조절할 필요까지 있다. 간혹 몸에 좋다고 과다하게 챙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딱 한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생강은 보존이 쉽지 않은 약초라서 쉽게 물러지거나 곰팡이가 슬기 쉽다. 흙을 제거하지 않고 잘 보관하면 냉장고 같은 곳에서 2~3주 보관이 가능하지만, 씻은 후의 날 생강은 냉장고에서 1주일 정도 보관할 수 있다. 말려서 쓰지 않는 이상 생강을 쓸 때는 상했는지를 꼭 체크해야 한다. 생강 속 사프롤이라는 성분은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지만, 미량인 데다 휘발성이기 때문에 조리해서 먹으면 안전하다. 하지만 생강이 상하면 이 사프롤 성분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 또한, 상한 생강의 곰팡이에서 발생하는 아플라톡신이라는 발암물질은 특히 간에 안 좋은 작용을 일으킨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남아 전체의 향신료로 어마하게 쓰고, 생선의 독을 해독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요리할 때 많이 활용하는 향신료이다. 서양에서도 진저브레드, 진저쿠키, 진저에일 심지어 라떼에도 생강을 넣은 진저라떼 등으로 생강의 향과 효능을 즐겼다. 생강에 대해 조금 더 지식을 쌓고 조심해야 할 부분도 알면서 활용한다면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강의 항바이러스 작용으로 면역이 좋아져서 코로나바이러스도 싹 물리치게 되면 좋겠다.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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