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방문일=정규직 전환' 인국공, 2640명이 혜택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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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7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의 회사 방문일(2017년 5월 12일)을 정규직 전환 기준일로 정하면서 혜택을 받게 된 비정규직 근로자가 264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인국공 용역 및 파견계약 종료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다. 이는 인국공 전체의 전환 대상자 9785명의 약 27%에 해당하는 수다. 지난해 말 기준 인국공 정규직 근로자의 수는 약 1500명이다.

권은희 "다른 기관과 시점 달라 인국공만 혜택, 역차별"

인국공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공공기관은 2017년 7월 20일을 기준으로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에 “가이드라인 발표 시점(7.20)에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환 채용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명시되면서다.

그러나 인국공은 다른 기관보다 약 70일 앞선 시점인 문 대통령 방문일을 기준일로 삼은 덕분에 2017년 5월 12일부터 같은 해 7월 20일 사이에 계약이 종료되는 인원이 정규직 전환대상에 포함됐다. 비정규직 근로자 2642명이 소속된 10개 용역·파견업체의 계약만료 시점이 이 기간에 포함됐고 이들 중 2명만 뺀 2640명이 최종적으로 정규직 전환 채용 대상이 됐다. 

2명은 업무 자체를 외주받은 용역업체 소속이 아니라 파견근로계약을 맺고 인국공에서 일을 했다는 이유로 가이드라인에 따른 기준일(2017년 7월20일)이 적용되면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됐다. 둘은 각각 운전과 비서업무에 종사하던 사람들이었다.

2017년 5월 12일 오전 문재인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공항을 떠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5월 12일 오전 문재인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공항을 떠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권 의원은 “인국공이 다른 곳과 같이 7월 20일을 기준으로 삼았다면, 2640개 일자리는 외부의 신규 입사 지원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차지할 수 있는 일자리가 될 수도 있었다”며 “오로지 문 대통령이 그날 방문했다는 것을 이유로 인국공만 기준일을 당겨 잡으면서, 해당 인원들이 다른 기관의 비정규직에 비해 사실상 특혜를 입게 됐다. 또 다른 불공정과 역차별이자 '로또 취업'”이라고 주장했다.

2명의 파견근로자가 제외된 것에 대해서도 권 의원은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 어디에도 파견근로자와 다른 비정규직 근로자를 달리 취급해도 좋다는 내용이 없다" 며 "인국공의 허술한 정규직 전환 기준이 내포한 모순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파견계약을 맺고 공공기관의 업무지시를 받아 근로하는 자’도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고 명시돼 있고, 구체적으로 사무보조(비서)ㆍ운전원ㆍ전산 보조원ㆍ조리사ㆍ번역가 등을 예로 들고 있다.

한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인국공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이 다녀가고, 직접 지시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옛날 군대에서 사단장이 방문하는 내무반은 최신식으로 꾸미고, 다른 낙후된 시설은 나 몰라라 방치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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