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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투자 모집, 토스·카카오페이서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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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은성수. [연합뉴스]

은성수. [연합뉴스]

서울방배경찰서는 지난 9일 온라인 투자연계금융(P2P 대출) 업체인 넥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넥펀의 대주주인 넥스리치홀딩스 대표 A씨를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신규 투자자에게 받은 돈을 기존 투자자의 원리금을 갚는 데 쓰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한 혐의다.

금융위, 잇단 사고에 규제 대폭 강화 #연체율 16.6%, 시중은행의 40배 #투자한도 1000만원으로 절반 삭감 #대출채권 같은 고위험 상품 금지 #업계 “P2P법 시행 전에 생존 위기”

넥펀은 근저당 설정이 가능한 ‘자동차’를 취급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았지만 실제로는 중고차 매매 업체에 신용대출을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자체 공시에 따르면 넥펀의 대출 잔액은 251억원이다. 투자자들이 맡긴 돈의 출금은 중단됐다. 이 회사는 경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돌려주겠다고 안내했지만 투자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돌려받을지는 알 수 없다.

P2P 업체의 부실 문제는 넥펀뿐이 아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혁신금융 모범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던 팝펀딩은 검찰 수사 결과 대규모 투자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팝펀딩과 연계된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규모는 1000억원을 넘어섰다. 누적 대출액 590억원 규모의 넥스리치펀딩은 지난 10일 투자금 반환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폐업하기도 했다.

P2P 대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P2P 대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P2P 통계업체인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P2P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 19일 기준 16.6%였다. 만일 1000만원을 빌려줬다면 166만원의 연체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2017년 말(5.5%)과 비교하면 2년 6개월여 만에 연체율이 세 배 이상으로 뛰었다. 은행 대출의 연체율(지난 5월 말 0.42%)과 비교하면 P2P 대출의 연체율은 40배 수준이다.

금융 당국은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판단을 당부하면서 P2P 대출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P2P 대출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내용의 법률(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은 다음달 27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기존에 P2P 대출을 하던 업체는 내년 8월 말까지만 등록하면 된다. 등록 전까지는 P2P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금융위는 이런 업체들이 ‘규제 사각지대’로 빠져나가지 않게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로 하고 사전예고를 실시한다고 20일 밝혔다. 강화된 가이드라인은 다음달 27일부터 시행한다.

우선 개인의 P2P 투자한도는 기존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현재는 한 업체에 1인당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지만 1000만원까지로 제한된다. 특히 부동산 관련 P2P 대출의 투자한도는 1인당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축소된다.

토스·카카오페이·뱅크샐러드 같은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의 플랫폼에서 투자자를 모집하기도 어려워진다. P2P 업체들은 이런 플랫폼을 투자자 모집의 주요 창구로 써왔다. 앞으로 투자자들은 P2P 업체의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 진행해야 한다. 다른 플랫폼이 보유한 투자자의 본인 확인 정보를 P2P 업체에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핀테크 업체의 플랫폼에서 P2P 상품을 광고하는 것과 관련한 규제도 강화된다.

P2P 업체가 투자자들에게 경영정보를 공시하는 의무도 강화된다. 특히 ▶부실채권을 매각할 때나 ▶연체율이 15% 넘어설 때 ▶금융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투자자들에게 바로 알려야 한다. P2P 판매 상품에 대한 규제도 추가된다. 다른 사람에게 받아낼 돈(대출채권 또는 원리금 수취권)을 담보로 하는 고위험 상품은 취급할 수 없다. 대부업자나 특수목적법인에 대한 P2P 대출도 제한된다.

P2P 업계에선 불만의 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지나친 규제로 P2P법을 본격 시행하기 전부터 업체 상당수가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며 “1인당 투자한도가 반토막 나면서 투자금 모집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성·함민정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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