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으로 바뀐 통합당 백보드 "그래도 안 떨어져요 집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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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미래통합당 회의실 배경 문구가 20일 이렇게 교체됐다. 논란이 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 밑에는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발언의 출처를 넣었고, 배경색도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채웠다.

백보드 문구는 김수민 홍보본부장이 기획했다. 김 본부장은 “국민의 질문 시리즈를 콘셉트로 해 매주 배경 문구를 바꿀 것”이라며 “이번 주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분노를 담는 차원에서 진 의원 발언을 땄다”고 말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 의원은 지난 16일 MBC ‘100분 토론’에 나와 방송을 마치고 마이크가 켜진 상태에서 “(정부가) 그렇게 해도 집값 안 떨어진다. 부동산이 뭐 이게 어제오늘 일인가”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통합당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은 누구 말을 듣고 정책을 신뢰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집을 지어줘야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대해 총리도 딴 얘기하고, 심지어 경기도지사, 법무부 장관까지 발언을 쏟아낸다”며 “주택정책에 관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회의에서 김현아 비상대책위원은 자신과 함께 MBC ‘100분 토론’에 출연했던 진 의원의 발언을 두고 “100분 동안 토론 기조와 달리 그렇게 해도 안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 것에 화가 났다. 토론 내내 했던 말은 립서비스였나”라고 비판했다.

통합당 정책위 산하 ‘부동산시장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이번 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을 찾아 공인중개사들을 만나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시장 반응을 청취할 계획이다. 다음 주에는 국회에서 임대차 3법에 대한 공청회도 연다. 통합당 관계자는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관련 대응 입법 작업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중앙포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중앙포토]

국민의당도 가세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완전히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동산 정책과 같은 핵심 정책의 실패에 대해 대통령이 왜 침묵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또 “혼란을 부추기는 정부·여당 인사들도 정리해 달라”며 “대통령은 쓸데없이 오지랖 넓은 장관의 천방지축 처신부터 통제해주시기 바란다”며 최근 부동산 정책 훈수를 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겨냥했다.

그는 진 의원의 ‘집값 안 떨어진다’는 발언에 대해선 “이 정권 사람들에게 과연 진심은 있는 것인가”라며 “앞으로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한들 믿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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