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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위 성범죄 커뮤니티" 대놓고 홍보하는 카페 정체

중앙일보

입력

'n번방에분노한사람들' 등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김학의, 버닝썬, n번방, 손정우 사건 등에 대해 미온적 판결이라며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 뉴스1

'n번방에분노한사람들' 등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김학의, 버닝썬, n번방, 손정우 사건 등에 대해 미온적 판결이라며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 1위 독보적인 성범죄 커뮤니티.'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 OO카페에서 나눠보세요!'

'성범죄 수사지식 공유 커뮤니티'로 유명한 한 인터넷 카페의 대문 글이다. 카페 소개에는 '회원들이 서로 사건을 공유하면서 비슷한 사례를 겪은 다른 회원들의 경험을 듣고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장소'라고 적혀 있다. 2010년 개설한 이 카페 회원 수는 3만여명이다. 하루 방문자는 1만~2만명에 달한다.

최근 'n번방', '웰컴투비디오' 등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이슈화하면서 인터넷 카페에서 성범죄 수사 경험을 공유하는 경우가 늘었다. 운영자는 카페에 대해 "성범죄에 대해 갈수록 높아지는 형량과 사회적 비난으로 인해 오늘도 두려움에 잠 못 이루며 고통스러워하는 회원이 많다"며 "색안경을 벗어 던지고 속 시원히 터놓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카페"라고 설명했다.

'n번방 대책 본부' 카페도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n번방 사건에 대해 운영자뿐 아니라 회원 전원 조사를 주문하는 등 강력한 처벌을 예고하자 관련 문의도 급증했다. 기존에는 강제추행ㆍ강간ㆍ촬영죄ㆍ성매매ㆍ아청법 위반 등으로 게시판이 나뉘어 있었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 관련 문의가 늘자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온라인·사이버성범죄' 게시판과 '텔레그램, 디스코드, n번방, 성착취 협박사건' 게시판이 새로 개설됐다.

해당 게시판에는 '구매 죄 연락 왔다' '단순 시청 질문이다' '소지죄입니다'는 제목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디지털 성범죄가 는 만큼 포렌식에 관한 문의도 다양하게 올라온다. 포렌식을 통해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지, 휴대전화 기종별 복구 가능성 등을 묻는 말도 많다.

최근에는 해당 카페를 중심으로 n번방 이슈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파생 카페가 생겨나기도 했다. 운영진은 "'박사' 등 운영진과 모네로·이더리움·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결제를 하거나 수많은 방을 개설 또는 관전한 사람이 많고 이로 인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유포했거나 소지한 분이 많은 것 같다"며 카페 개설 취지를 밝혔다.

형량 감형 노하우 공유

합의방법ㆍ검찰조사 후기ㆍ판결선고 앞둔 심정 등을 적는 회원도 있다. 그중 가장 호응을 얻는 글은 형량 감형 노하우다. 한 회원은 "6월 한 달 동안 봉사활동에 매진했다"면서 기부금 영수증, 반성문, 헌혈증서 등을 제출하고 6월 한 달간 봉사활동도 108시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회원은 ‘반성문과 탄원서는 감형에 효과가 있냐, 검사님들이 읽기는 하시냐’는 질문에 "반성문은 많이 쓰면 오히려 안 읽는다더라. 진심을 담아서 3~4장씩 2~3번 쓰는 게 좋다고 들었다. 양보단 질"이라고 조언했다.

공판 전 마지막 봉사활동을 다녀왔다는 회원은 "쌀 나누기 봉사 마치고 이제 헌혈하러 간다. 선고 전까지 최대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려 계속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며 "회원님들도 개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시길 바란다"고 적기도 했다.

이학민(법무법인 선린) 변호사는 "카페에서 회원들끼리 공유하는 정보가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육아 커뮤니티에서 틀린 정보를 유통하더라도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지만,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건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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