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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비서 피해당했다던 때···박원순, 2018년 성폭력 교육 참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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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왼쪽), 오거돈 전 부산시장(가운데)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투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뉴스1

안희정 전 충남지사(왼쪽), 오거돈 전 부산시장(가운데)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투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뉴스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8년 서울시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는 "2017년 비서로 근무한 이후 4년간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성가족부 황윤정 권익증진국장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서울시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에서 기관장의 교육 참석 여부를 확인했을 때 (박 전 시장이) 2018년 참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른 서울시 직원들과 동일하게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것이다.

황 국장은 이날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여가부의 조치 상황과 관련해 "현재 서울시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서면 점검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여가부에 따르면 양성평등법상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모든 공공기관은 매년 2월 말까지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여부를 여가부의 예방교육통합관리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이에 대한서울시 점검 결과, 박 전 시장이 2018년 성폭력 예방교육에 참석한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2018년은 A씨가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기간에 속한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발인이 엄수된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박 시장 생가에 영정사진이 들어오고 있다. 뉴스1

고 박원순 서울시장 발인이 엄수된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박 시장 생가에 영정사진이 들어오고 있다. 뉴스1

다만 여가부는 A씨가 서울시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에서 피해 사실을 접수했는지는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황 국장은 "해당 시스템은 피해사실 접수 여부까지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제도 전반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가부가 이날 박 전 시장 관련 서울시 조치 사항을 밝혔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시장이 성추행 의혹으로 숨진 채 발견된 지 일주일이 됐지만, 서울시가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했는지 여부만 서면으로 살펴본 정도여서다.

황 국장은 "빠른 시일 내에 서울시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 지원기관 등은 성추행 가해 상대가 서울시장인 만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을 막기 위해선 여가부가 서울시 현장점검에 빨리 나섰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성추행 사건을 은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서울시가 전날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지적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여가부는 2018년 전 사회적으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거세지며 지난 2년 동안 공공부문의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미비점이 드러났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지원단을 구성해 운영한다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지원단을 구성해 운영한다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국장은 '공공기관장이 성폭력 사건을 일으킬 경우 처리 매뉴얼이 있느냐'는 질문에 "공공기관장 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이 있지만, 여기서 공공기관장은 공직 유관단체로 돼 있다"며 "성폭력 행위자가 지자체장이거나 선출직 공무원일 경우 사건 처리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폭력 행위자가 지자체장일 경우 대처하도록 마련된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올해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 등 두 차례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지만, 여전히 관련 대책에 '구멍'이 남아있는 셈이다.
황 국장은 "2018년은 연초부터 공직사회 전반에 미투 운동이 시작돼 공공부문 관련 대책을 세웠고, 지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를 지자체장과 선출직 공무원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필요한 대책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가부는 피해자 보호 추가 대책에 대해서도 "피해자 보호기관이 지원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황 국장은 "저희가 예산을 지원하는 피해자 보호기관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지원 기관과 협의를 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일텐데 이런 부분과 그 외 법률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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