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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씨 보고 마라토너 꿈 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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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반세기 전인 1953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했던 야마다 게이조(75.일본)씨가 11월 2일 잠실 일원에서 열리는 중앙일보 서울 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한다.

야마다씨는 7일 "어릴적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하는 손기정씨를 보고 마라토너의 꿈을 키웠으며, 그의 묘소를 참배하러 한국에 오는 길에 손선생의 고국에서 벌어지는 중앙일보 서울마라톤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그의 2백95번째 풀코스 마라톤 출전이다. 그는 2백94회 중 단 다섯 차례만 제외하고 2백89회를 완주한 기록을 갖고 있다. 그가 연습과 실전에서 뛴 거리는 지구 둘레의 7바퀴 반인 30만㎞에 이른다.

야마다씨는 53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2시간18분51초로 우승하면서 한국의 서윤복이 갖고 있던 대회 최고기록(2시간25분39초.47년)을 7분 가까이 경신했다. 보스턴 마라톤 사상 첫 일본 선수의 우승이었다.

당시 1m57㎝.49㎏으로 출전선수 중 가장 작은 그가 심장이 터질 정도로 힘들다는 하트브레이크 언덕을 질주하는 모습을 두고 일본 언론은 '미국을 정복했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패전에서 일어난 일본 전후복구의 상징으로 불렸다. 지난 4월 우승 50주년 기념으로 보스턴 마라톤에 초청된 야마다씨는 VIP석에 앉아 있지 않고 출전, 4시간10분13초 기록으로 완주하면서 미국인들과 일본인들에게 다시 한번 감동을 줬다.

그는 95년 이후 보스턴 마라톤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부문에서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는 "손기정 선생도 생전에 나이에 상관없이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리라고 격려했다"며 "앞으로도 여덟 차례 정도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하고 중앙일보 마라톤에도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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