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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우친다’는 박사방 강훈, 범죄집단 얘기 나오자 “조주빈 단독 범행”

중앙일보

입력

n번방 사건의 주범인 '박사' 조주빈(왼쪽)과 공범 '부따' 강훈. [뉴스1]

n번방 사건의 주범인 '박사' 조주빈(왼쪽)과 공범 '부따' 강훈. [뉴스1]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공범 ‘부따’ 강훈(18) 측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면서도 범죄단체 조직죄(범단죄)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에서 열린 강군의 2차 재판은 검찰이 ‘박사’ 조주빈 등 8명을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등 혐의로 추가기소한 뒤 처음 열렸다.

강군의 변호인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범죄 집단이 되기 위해서는 4가지 요건이 필요하다”며 이를 반박했다. 특히 검찰을 향해 “범죄 집단이라고 얘기하는 건 비약이자 왜곡”이라며 “집단 가입했다는 관련자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정확히 알려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군 측에 따르면 범죄 집단은 범행을 실행할 목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변호인은 “조주빈이 성착취물을 어떻게 제작하는지 정확히 아는 이는 없고 박사방 가입비도 조씨가 독식했다”고 말했다. 또 박사방에 가입해 3000명 넘는 이들이 조씨가 제공한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았는데 검찰 논리대로라면 이들 전체를 범죄 집단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범죄 집단은 최소한 자신이 집단 내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변호사의 말이다. 그러나 조씨는 각각의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지시했기 때문에 다른 공범들이 누구인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했다.

범죄 집단이 되려면 최소한의 조직 형태와 수괴‧간부‧단순 가입자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강군 측은 “조씨와 관련자들은 이익을 주고받는 방식을 취했을 뿐 집단 내 어떤 지휘통솔체계도 전무했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조직의 형태는 애초부터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유가 어떻든 큰 피해를 주게 된 범죄에 가담한 데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는 미성년자인 피해자들과의 성관계를 촬영하고, 그들에게 음란물을 촬영하게 시킨 혐의 등을 받는 전직 시청 공무원 천모(29)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천씨는 언론 보도 후에야 ‘박사’가 조씨임을 알았으며 그가 벌인 범행도 대부분 조사받는 중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에는 박사가 자신이 사채업자인데 사채를 못 갚으면 노예로 만들어 신체를 촬영하게 만들었다고 했는데, 나중에 조사받다 보니 피해자들에게 ‘스폰해주겠다’고 연락해 촬영시켰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가 “이 말을 박사가 직접 한 것이냐”고 묻자 천씨는 “전부 수사기관에서 알게 됐다”고 답했다.

또 앞서 ‘부따가 박사의 직원이었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이유에 대해서도 “직접 본 적은 없다”는 모호한 대답을 내놨다. 천씨는 “부따가 박사방에서 어떤 활동 했는지직접 본 적은 없고, 언제부터 활동했는지 등은 잘 모르지만 ‘부따에게 인증 시 점수를 부여한다’는 문구를 보고 그가 관리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군은 조직원 9명과 함께 박사방에 모여 수괴 조씨를 중심으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하는 범죄를 저지르고자 ‘박사방’이라는 범죄집단을 조직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동‧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자 74명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피해자 물색‧유인 역할, 성착취물 제작‧유포 역할, 수익금 인출 역할 등 역할분담 체계를 구축했다고 봤다. 이중 강군은 아동‧청소년 피해자 2명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아동‧청소년 피해자 5명과 성인 피해자 26명의 성착취물을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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