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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물' 고로쇠 약수 제철

중앙일보

입력

경남 거제도를 시작으로 지리산.칠갑산 등 전국 명산자락에서 새봄을 앞두고 '신비의 약수' 라 일컬어지는 고로쇠 수액(樹液) 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겨울은 추위가 심했고 눈까지 많이 내려 예년에 비해 질 좋은 수액을 많이 채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현지 농민들과 산림청 관계자의 말이다.

해발 7백m가 넘는 고산지대의 척박한 땅에서 사는 고로쇠 나무는 연중 기온의 차이가 심할수록 잘 자라기 때문이다.

경남 거제시는 지난 10일 동부면 구천리 거제자연휴양림에서 제5회 고로쇠 약수제를 갖고 본격적인 고로쇠 수액 채취에 들어갔다.

거제도는 이미 1월말부터 전국에서 제일 먼저 수액 채취를 시작했었다.

이와함께 하동군 화개.악양.청암면 등 지리산 남쪽지역에서도 2월 중순부터 고로쇠 수액 채취했다. 함양.산청 등 지리산 북부지역에서도 2월중에 고로쇠 수액 채취를 시작한다.

전남 구례군의 경우 산동면.마산면.광의면.토지면의 지리산과 간전면의 백운산 북쪽에서 약 2백70여 농가가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다.

예년에는 18ℓ짜리 3만여 통을 채취했는데 올해는 나무들의 수액이 풍부해 5천여 통이 더 많은 3만5천통 가량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값도 한 통 당 지난해는 4만5천원씩 받았으나 올해는 4만8천원씩 받고 있다.

대신 일반 플라스틱통을 내용물의 보관기간이 더 긴 바이오세라믹통으로 바꿨는데, 상온(常溫) 에서 10일 이상 지나도 변질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칠갑산 자락인 충남 청양군 대치면 장곡리 50여가구 주민들은 매년 이맘때면 고로쇠 수액을 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려 마을기금에 보탠다.

이장 황인동(黃寅東.47) 씨는 "지난해 30㏊의 동유림(洞有林) 에 있는 20~30년생 고로쇠 5백여 그루에서 2.5t의 고로쇠 물을 팔아 6백여만원을 벌었다" 며 "올해는 이보다 생산량이 더 늘어날 것 같다" 고 말했다.

고로쇠 수액은 칼슘.마그네슘.나트륨 등이 포함돼 있어 맛이 약간 들쩍지근하며, 색깔은 희뿌옇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1주일 정도까지는 넉넉히 마실 수 있다.

특히 뜨거운 방에서 고추장에 북어를 찍어 먹으면서 땀을 흘리며 마시는 것이 제격이라는 게 경험자들의 설명이다.

요즘 각 생산지에서는 택배로 고로쇠 물을 배달해줘 소비자들은 직접 생산지에 가지 않고도 고로쇠 물을 사 먹을 수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천여 생산자가 모두 3천 3백 40t의 고로쇠 수액을 채취, 80여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한편 충남도는 농민 소득증대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금산.홍성.태안등 3개 지역 6㏊의 임야에 1만2천그루의 고로쇠 나무를 심었다.

◇ 채취기준 강화=산림청은 본격적인 고로쇠나무 수액(樹液) 채취기(2~3월) 를 맞아 마구잡이 채취로 인한 자원 고갈을 막기 위해 종전보다 규제를 강화한 새 채취 허가기준을 마련, 지난 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기준에 따르면 앞으로는 직경 10㎝이상 나무에 한해 수액을 채취할 수 있다.

지금까지 채취업자들은 지상 30㎝ 이하의 밑둥에서 수액을 집중 채취했으나 이제는 1m 높이까지 고르게 구멍을 뚫어 나무를 보호토록 했다. 수액을 채취한 뒤에는 구멍을 포르말린 등 살균제로 소독해야 한다.

또 지리산일대에서 반달곰이 발견된 후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채취자는 반드시 붉은색 조끼를 입어야 '하며, 올무.덫 등 밀렵용 도구들을 제거하고 불법 출입자도 감시해야 '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고로쇠 나무 훼손이 심한 일부 지역의 경우 앞으로 휴식년제도 실시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고로쇠나무(painted maple) =단풍나무과의 낙엽 교목. 우리나라의 전남·경남·강원 지역과 일본 ·사할린 ·중국 헤이룽강 인근에 주로 분포한다.

고로쇠라는 이름은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樹) 에서 유래됐다.

한방에서는 나무에 상처를 내 흘러내리는 즙(수액) 을 풍당(楓糖) 이라고 한다. 위장병 ·폐병 ·신경통 ·관절염 ·이뇨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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